의료계 ‘원격의료’에 반발…도내 1곳만 참여의사 밝혀
진료의 불가능성, 산업화, 의료계 불균형 문제도 얽혀

강원도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원격의료가 가능한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출발지점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을 선정해 혁신 기술 테스트는 물론 관련 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규제자유특구가 승인됐다. 충청북도에서는 스마트안전, 세종시에서는 자율주행, 강원도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 대구시에서는 스마트웰니스, 전라남도에서는 e-모빌리티, 경상북도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산시에서는 블록체인 등 전국 7곳이다.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는 오랫동안 쟁점이었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특례를 부여해, 강원도 벽·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및 내원안내,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다만, 진단·처방은 간호사 입회하에 할 수 있다.

강원도는 원격의료 도입이 가능해졌지만 의료계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강원도는 원격의료 도입이 가능해졌지만 의료계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전국 시·도의사회장단이 10일 개최한 회의에서 도의사회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협의체 참여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격의료 실증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1차 의료기관도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도의사회 뿐만 아니라 대한의사협의 반발도 강력하다. 그런 분위기에서 도는 동네의원이 진료를 전담하고 대형병원은 연구개발을 전담해 쏠림현상을 막는다는 논리로 설득하고 있지만 의료계에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결정정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원격의료 자체가 위험한 형태의 불완전한 진료라는 것이다. 대면진료를 통해서 얻은 정보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오진의 가능성이 있는데 원격진료는 도저히 무리라고 주장한다. 도내 대학병원의 한 의사는 “의사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지인들이 전화와 문자로 증상을 얘기하고 사진을 보내면서 진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원격의료이다. 그런데 아무리 자세히 사진을 찍어 보내고 이야기를 들어도 결국 해줄 수 있는 얘기는 ‘가까운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보시라’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둘째는 정부가 원격의료를 복지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실제 내용은 의료를 ‘산업’으로 키우는 정책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면 경제 논리로 환자와 의사를 실험대에 올리는 꼴이 될 것이고, 반대로 정말 복지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격진료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 가령 응급이송시스템을 확충하고, 도서 산간지역에 의원 및 병원을 늘리는 등의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의료체계의 변화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령 선택진료비(특진비)가 폐지되면서 진료비 부담으로 대형 종합병원에 가지 못했던 중증환자들이 대형 종합병원을 보다 쉽게 접근하게 됐지만 이로 인해 위급하거나 중증질환이 아닌데도 무조건 대형 종합병원을 찾게 되면서 소위 빅5 병원을 비롯한 대형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도 이와 마찬가지로 장점만을 보고 성급하게 실행했다가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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