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에 겁이 났다…버려진 것들을 다시 일상생활로”

일상에서 버려진 것들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쿨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향교 앞 골목에 위치한 카페 엠프티페이퍼(empty paper)에 들어서면 십중팔구 바닥에 놓인 종잇조각을 밟게 된다. 김효주 작가의 작품 <내가 사는 피부>이고 일부러 밟고 지나가라고 바닥에 설치했다. 그러니 전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작가는 폐종이를 이용해 얼굴 피부를  표현했다. 인간의 피부도 버려진 종이처럼 늙고 소멸해간다는 의미다. 이처럼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얻은 다섯 작품들이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물건이나 장식품인 양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밭사이로’가 처음으로 기획한 행사다. ‘Re-art Project 버림이 예술이 될 때’라는 이름을 달았다. 일상생활에서 버려진 것들을 다시 일상생활로 돌려보내자는 취지이다. 예술작품이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의 소품처럼 친근하다. 

류재림 작가가 폐목재를 이용해 만든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류재림 작가가 폐목재를 이용해 만든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작가 4명과 기획자 1명이 모여 올해 결성한 ‘예술밭사이로’는 시각예술을 함께 만들어 오고 있다. 이재복 작가는 “Re-art 작업은 작가 본인의 전공과 상관없는 작업이다. 나는 주로 동양화를 작업하지만 어머니의 오래된 커피 잔과 석고를 이용해 장식물을 만들었다. 작업실과 정형화된 전시공간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대중에게 말을 걸고 소통하고 싶었다.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에 겁이 났다. 그래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물건들처럼 소중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에 주목했다. 버림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기억을 보존하고 싶었다”라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어느 순간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카페 공간을 채웠다. 류재림 작가가 폐목재를 이용해 만든 기타를 연주했다. 스피커는 오래된 쌀뒤주로 만든 것이다. 그는 서양화작업을 주로 하면서 폐목재를 이용해 기타와 스피커를 만든다. 이 밖에도 버려진 자개장의 자개들을 이용해 만든 모빌(이효숙 작가)과 낡은 나무의자와 목재를 이용해서 만든 설치작품(김영훈 작가)을 만날 수 있다. 전시회는 11일(수)까지 열린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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