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없는’ 연석, 유모차 이용자에게는 태산이다
‘개념 없는’ 연석, 유모차 이용자에게는 태산이다
  • 홍석천 기자
  • 승인 2020.01.13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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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체험: 보행친화도시? 스마트함이 없으면 친화도 없다! ③

석사동 애막골에 거주하는 C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춘천에서 일을 하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춘천에 정착하게 됐다. 4살짜리 여아를 키우는 C는 춘천의 생활이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서울보다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누릴 수 있는 풍부한 자연환경과 작고 아기자기한 도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서울과 비교했을 때 대중교통이 미비하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다소 불편하다고 느끼곤 했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애막골 근처 놀이터 시설이 개선됐고 시립도서관 내부에 장난감도서관이 생기면서 유모차를 끌고 방문할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C는 거의 모든 주말마다 인근의 대형마트를 들러 장을 보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장난감도서관에 다녀온다. 지난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토요일 오전, C와 남편은 느지막이 아침식사를 끝내고 외출 준비를 했다. 외출이라야 석사동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이지만 날씨가 제법 쌀쌀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특별히 보온에 신경을 썼다. 이제 4살 된 외동딸 ‘은아’에게도 내복과 외투로 무장을 시킨 것은 물론이고 유모차에도 바람을 막아주는 커버를 씌웠다.

가장 먼저 근처 미리내 공원부터 가기로 했다. 미리내 공원은 2년 전 시설공사를 마친 놀이터 겸 공원이었다. 공사가 끝난 직후에는 화학약품 냄새가 심해 근처에 가지도 못했지만 이제 냄새는 거의 사라졌다.

미리내 공원으로 내려오는 주입구에는 경사로가 없었다.
미리내 공원으로 내려오는 주입구에는 경사로가 없었다.
미리내 공원의 맞은편 입구. 이쪽은 경사로가 있지만 연석이 튀어나와 유모차나 휠체어가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미리내 공원의 맞은편 입구. 이쪽은 경사로가 있지만 연석이 튀어나와 유모차나 휠체어가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C는 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와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이 맞붙어 있음에도 주입구에 경사로가 없어 유모차나 휠체어는 진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공원을 돌아서 경사로가 있는 다른 입구로 들어서는데 거기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기껏 경사로가 조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사로 끝에는 연석(차도와 인도 사이의 경계가 되도록 늘어놓은 부분)이 튀어나와 있어 결국 경사로는 무용지물이었다.

C는 지난번 춘천시에서 마련한 최재원 건축사의 강연 내용 중 일부가 떠올랐다. 

유모차나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탄도다.

바퀴가 달린 탈것은 경사나 장애물에 매우 취약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불편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C는 외출하는 동안 유모차 이용자의 시점에서 춘천의 전반적인 보행환경을 살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네를 좋아하는 은아가 거의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그네를 타더니 잠이 오는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안아 달라, 다리를 주물러 달라, 한참동안 투정을 부리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C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담요로 덮은 뒤 인근 대형마트로 향했다.

이면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들이 빼곡하다. 유모차나 휠체어가 주행 중 차량과 마주칠 경우 사고가 위험성이 높다..
이면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들이 빼곡하다. 유모차나 휠체어가 주행 중 차량과 마주칠 경우 사고가 위험성이 높다..

C는 춘천의 구도심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난이 석사동에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면도로의 양쪽엔 주차된 차량이 가득했다. 앞쪽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만나면 주차된 차량에 바싹 붙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차량과 차량 사이에 유모차가 끼는 모양새였다. 뒤쪽에서 오는 차량은 더 심각했다. 매번 멈춰 서서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도로를 지나는데 유모차는 6번이나 멈춰야만 했다.

이면도로가 끝나고 인도에 진입했지만 거기에도 연석이 문제였다. 시작점부터 연석으로 막혀 유모차가 진입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C는 유모차를 들고 인도에 올랐지만 ‘휠체어는 어떻게 올라가지?’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특히 전동휠체어의 경우 무겁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올릴 수도 없을 터였다. 

그때서야 C는 이따금 위험하게 차도 위를 느린 속도로 지나가던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이해하게 됐다.

횡단보도를 가로수가 막고 서있다. 연석도 유독 하나만 튀어나와 있어 무심코 걷다가는 오히려 넘어질 위험이 높아 보인다.
횡단보도를 가로수가 막고 서있다. 연석도 유독 하나만 튀어나와 있어 무심코 걷다가는 오히려 넘어질 위험이 높아 보인다.
도로와 도로 사이는 마치 함정처럼 패인 곳이 많았다. 유모차나 휠체어뿐만 아니라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사람들도 다칠 수 있다.
도로와 도로 사이는 마치 함정처럼 패인 곳이 많았다. 유모차나 휠체어뿐만 아니라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사람들도 다칠 수 있다.

연석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마트까지 이어진 인도는 평탄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닥의 벽돌은 울퉁불퉁했고 아귀가 맞지 않아 밟으면 덜컥거리기 일쑤였다. 도로와 도로 사이의 이음새는 움푹 패어 있었다. 횡단보도를 가로수가 막고 서있는 곳도 있었다. 도시 조경과 교통 체계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가로수 앞에는 유독 하나의 연석이 튀어나와 무심코 걷다가는 걸려 넘어질 위험이 높아 보였다.

마트에서 고기와 채소, 간식 몇 가지를 사서 장난감 도서관으로 향했다. 장난감도서관에 도착할 때쯤이면 은아가 낮잠에서 깰 시간이니 그곳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시립도서관 내부에는 음식을 사 먹을 공간도 마련돼 있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있었다.

호반체육관을 거쳐 시립도서관까지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팔랐다. 어디선가 애막골 인근 지형이 원래 높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유모차를 밀고 있는데

호반체육관을 지나 시립도서관으로 진입하는 인도에 또다시 연석이 가로막고 있었다.

인도의 시작부터 유모차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는 없었다.

C는 다시 유모차를 들고 옮겨야만 했다.

시립도서관에 진입하는 인도의 시작. 높은 연석으로 인해 유모차가 오르기 어렵다.
시립도서관에 진입하는 인도의 시작. 높은 연석으로 인해 유모차가 오르기 어렵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직 마지막 난관이 남아 있었다. 시립도서관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 다다르자 Z자로 조성된 길이 나타난 것이다.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도로를 디자인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유모차를 운전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나 높은 도로였다. 경사진 오르막길을 연속 두 번 급커브를 하고 나니 등줄기에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시립도서관 앞 주차장 인근까지 들어서서야 역시 춘천이 자랑하는 공공시설물답게 유모차가 다니기에 편안한 길이 나타났다. 곧고 평탄하고 장애물도 없었다. 시립도서관 입구는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조성돼 있어 보행자나 다른 유모차를 피하려고 이리저리 꿈틀거릴 필요 없이 도서관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C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은아를 안아들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교통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장난감도서관 문을 밀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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