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넘긴, 다들 ‘아줌마‘라고 부르는, 그럼에도 배운다는 게 즐거운 여인들이 말하는 인문학을 들어본다.

 

왜 인문학을?

우은희 새로운, 또는 낯선 학문이라고 할까? 그런 것에 대한 호기심에 인문학을 배우기 시작했죠.

까비 도서관에 책 빌리러 왔다가 강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관심은 많았지만 용기가 필요했죠. 간단하게라도 시작해 보자, 그렇게 해서 하게 됐어요.

김정숙 시보에 소개된 글을 보고 배우게 됐어요. 원래 인문학뿐만 아니라 배우는 것 자체가 그냥 좋아서요.

이예준 나를 위해 무얼 해보고 싶어서 생각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녀들은 우연히, 또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인문학을 만났다. 처음엔 낯설기도 하고, 또 용기도 필요했지만 때론 조심스럽게 때론 과감히 새로움에 다가섰다.

빛으로 다가오다!

 

은희 몰랐던 것에 대해 뭔가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예준 빛을 봤다고 할까요?

까비 표현이 너무 재밌어요. 나 역시 그 빛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공부를 하다 보니 깊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앞집 새댁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관심이 전혀 없어 보여서 속상했죠.

예준 우리가 좋다고 강요할 수는 없죠.

까비 그건 그래요. 근데 내가 너무 좋아서 주변에 막 알려주고 싶거든요.

정숙 나도 집안일 땜에 정신없어도 오늘 이 시간만은 절대 빼먹을 수 없어요. 장학리에서 버스 시간 맞춰 가며 오는 시간이 젤 즐거워요. 하하하~

은희 어머! 장학리에서 오세요?

예준 어머나~ 그랬군요. 빛을 만나러 오셨군요.

새로움은 늘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이내 삶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된다. 즐겁고 기꺼이 이웃에 권하고 싶기도 하다. 그것은 빛이다. 삶이 어둑어둑해질 즈음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빛, 일순간 그 빛이 온몸을 감싼다. 경이로움 그 자체다.

 

 

촛불을 쥐고 밤길을 걷듯이…

정숙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시간은 없어도 이런 시간이 있으면 어디든 가고 싶어요. 농사일을 조금 하는데 그 일도 이젠 즐거워요. 학생 때는 공부가 싫고, 어려웠는데 인문학강의가 여러 가지라서 이젠 재미있고 쉽게 느껴져요. 그건 아무래도 지나온 삶이 있어서 그렇지 싶어요. 그러고 보니 인문학은 어쩌면 인생과 같다는 생각?

은희 난 인문학 강의를 3년 정도 들었어요. 여기 도서관은 매달 강의내용이 다른데, 특히 우리 같은 아줌마가 많이 나오는 달이 있어요. 미술사 강의나 음악사 강의, 건축사 강의가 그랬어요. 그런데 요즘은 서양철학이나 동양철학 강의에도 아줌마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남자들이 많네요. 이런 다양함이 있는 학문이라 더 좋아요.
예준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해요. 참는 경우가 생기고. 지혜로움을 찾게 되는 것 같고 그래요.

까비 그건 나도 그래요. 철학이 이래서 필요한 거겠죠? 호호호~ 난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곳에 있는 거죠.

은희 오늘 배운 것이 정말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나요? “어려서 배우는 것은 마치 해가 났을 때의 빛과 같으나 늙어서 배우는 것은 마치 촛불을 잡고 밤에 걷는 것과 같다. 그렇다 해도 까막눈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일상의 지루함을 달 래고 싶다면 인문학을 들으라고 권하고 싶네요.

정숙 네! 동감 이예요. 그리고 전 정말 이 구절을 외우고 싶어요.

이런 구절을 각자 중얼거리며 서로 웃는다. 우리에게 인문학이란 마치 촛불을 들고 밤에 걷는 것과도 같다는 구절을 가슴에 새기고 싶다.

그것이 삶의 촛불이 될 것이다. 매달 강의가 바뀐다. 동양철학, 서양철학, 건축학, 미술사, 우리가락, 사진학 등등! 다양한 강의가 새롭고 흥미롭다. 오늘 강의는 중국 고전 위진남북조시대 <안씨가훈>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큰 소리로 같이 읽게 하는 건 아마도 나이 들어 배우는 우리들을 위한 선생님의 배려인 듯싶다. 한 구절 더, “세상 사람들은 관례나 혼례의 나이가 되도록 아직 배우지 않았다가 이미 늦었다고 말하면서 그런 인습에 젖어 담장을 마주하고 무식한 채 살고 있으니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인문학에 열정을 쏟는 우리 아줌마들! 어리석음은 결코 없으리라 말하고 싶다.

 

 

우은희 시민기자

 

<편집자 주> 참여자의 요청으로 일부 참여자는 익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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