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인
이충호 편집인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답을 드리면 제도개혁을 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형식(form)을 어떻게 만드느냐, 기능(function)은 어떤가다. 흔히들 어떤 형식의 규제, 대책 이런 게 개혁의 핵심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개혁에서 중요한 거는 어떤 특정한 유형의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목적으로 하는 기능이 있느냐다. 투기나 탈세를 걸러내는 게 목적이라면 거래허가제보다 훨씬 더 유연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많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는가? 마치 현 정부가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최적의 정책 조합을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들리긴 한다. 그렇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지면을 장식하는 ‘미친 집값’, ‘부동산 카스트’, ‘역대급 종부세’라는 서민의 뒤통수를 치는 배신도 정부의 능력으로 쳐줘야 하지 않을까? 

간단명료한 정책이 담백한 생활을 보장한다. 번지르르한 말로 포장된 정책은 돈과 권력을 위한 구멍을 만들어놓았다는 고백에 다름없다. 

“미국에서 2억 원짜리 집에 살면 매년 200만 원씩 세금을 낸다. 그 정도면 집값 자체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사기 쉬워진다. 한국에는 재산세와 종부세가 있는데 크게 효과가 없다. 우린 20억 원짜리 집을 갖고 있어도 400만 원 내고, 30억 원이 넘어도 같은 액수를 낸다. 우리의 세금 부담이 적은 것이다. 1%씩 매년 보유세를 걷으면 100년이 지나면 토지를 100% 회수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의 말이다. 미국의 부동산 세법은 간단명료하다. 부동산을 취득할 때 내는 취득세가 없다.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매년 재산세(Property Tax)를 내야 하는데 부동산의 값어치에 따른 세금이고 기본세율은 1%이다. 재산세 산정기준은 집의 현재가치가 기준이다. 가령, 10년 전 30만 달러에 집을 구입한 사람은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 부동산 가치에 따라 올해 5천 달러 정도의 재산세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 이 집을 100만 달러에 새로 구입한 사람은 예전의 가치 30만 달러가 아니라 현재의 구입 가격 100만 달러에 기준하여 1만 달러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소유권이 바뀌면서 집의 가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산세는 부동산 투기 심리를 제도적으로 막아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실상은 어떤가? 미친 집값을 시장 자율에 맡기라는 미친 언론이 근위병처럼 서 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OECD 기준과는 따로 놀기로 작정했는지 보유세는 낮고 거래세는 최고로 높다. 복잡하기만 한 종부세는 인구 97.5%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나쁜’ 세금이라는 프레임에 걸려 옴짝달싹하지도 못하고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병상에 누워 있다. 세계 재산 상위 1%가 69억 명이 보유한 재산보다 2배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며 ‘더 커지는 부의 불평등’을 제목으로 뽑아내는 신문사도 최저시급 인상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부자의 편을 드는 아이러니는 또 어떤가!

지난 연말에 나온 강력한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가 1차 목표로 삼았던 서울 강남 집값은 미미하게나마 하락세를 보인 대신 경기도 수원과 용인, 성남 지역 집값이 2% 넘게 급격하게 올랐다고 한다. 이른바 투기 자금이 만들어낸 풍선효과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20일 수·용·성의 집값 풍선효과를 누르기 위한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벌써 19번째다. 다른 거 다 성공해도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 꽝이라는데 ‘민주당만 빼고’의 인기가 ‘민주당, 너마저’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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