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범 (근화 소양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원)
박창범 (근화 소양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원)

며칠 전 겨울 안개가 낀 후석로를 지나 소양정길로 들어섰을 때, 문득 현장지원센터 사무원 면접을 볼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면접관이 소양정길 조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근화·소양동 지역은 몽고항쟁, 춘천을미의병, 한국전쟁 당시의 소양1교 전투, 캠프페이지, 중공 민항기 불시착 사건 등의 역사에서 치열했던 전쟁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던 지역이었고 한걸음 나아가 평화를 품는 희망의 지역이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당간지주, 칠층석탑, 소양정 등의 역사적 문화재는 풍요의 기원과 풍류의 장소로 곧 일상에서의 희망을 상징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지역이 희망의 중심지라는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지명의 변천이다. 소양은 봄볕이고, 봄볕은 고난 뒤 희망을 내포하고 있으며 곧 춘천을 상징하기 때문에 소양로1가, 소양로2가의 근화·소양동 일대 도시재생사업지역은 희망의 중심지라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몽고항쟁 때 봉의산성에서 싸웠던 부민들, 춘천 의병들, 소양1교 전투당시 포탄을 함께 운반했던 방제공장 노동자와 학생들, 캠프페이지 노동자들, 칠층석탑에서 탑돌이를 했을 사람들 모두가 ‘희망’을 품던 주체였기에 이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나타낼 때 꼭 있어야 될 요소이며 공간과 공유주체 모두 ‘희망’으로 압축된다.

2016년부터 시작된 근화·소양동 도시재생사업은 옛길, 맛길, 물길이 어우러진 소양문화마을을 만들고자 주민과 행정, 센터가 함께 노력하여 일부지역에 도시가스 공급관로 설치와 더불어 마을경관 저해요인 1순위인 전기선 통신선도 정비했고,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던 빈집들도 철거한 후 작은 정원과 자투리 주차장을 만들어서 마을은 한층 정돈된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그리고 ‘청산녹수 천혜소양’, ‘천년길지 번개시장’, ‘앞뚜르 천년길’, ‘940 봄을여는마을’, ‘이외수의 안전골목’ 등 전문가와 함께 고민하며 발굴한 아이디어도 있다. 이제 ‘희망’을 공유할 춘천시민이 함께 참여하여서 스토리를 구성·개발하여 하드웨어로 나타나게 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지역정체성인 ‘희망’이 거기에 있다.

면접 당시 내가 만들고 싶었던 소양정길은 인사동 거리와 같은 길이었다. 그 때는 고즈넉한 거리, 고서를 파는 책방, 아름다운 향의 찻집, 한 평 남짓의 갤러리, 멋들어진 골동품 가게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에는 공간만 있었고 주민과 시민이 빠져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분주하게 하루를 준비하다가 밖을 내다보니 담장도색 중인 골목길엔 봄을 손짓하는 볕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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