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연출…에든버러 어셈블리 홀에서 8월 한 달 간 공연
원작의 언어적 요소 생략···체코 국제연극제 최고작품상 수상

 극단 ‘무소의 뿔’의 연극 <하녀들>이 올해 8월 한 달 간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인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The Edinburgh Fringe Festival)’의 제6회 코리안 시즌에 선정되어 에든버러 중심지인 어셈블리 홀 무대에 오른다. 에든버러의 360개 공연장 중 최고의 명성을 지닌 곳이다. 

코리안 시즌은 2015년부터 국내 에이전시 에이투비즈와의 협약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는 다섯 개의 한국작품이 공연된다. 연극으로는 <하녀들>이 유일하다. 나머지 네 작품은 음악극 <13Fruitcakes>(극단 노래하는배우들), 퓨전국악 콘서트 <Ensemble SU>(앙상블 수), 미디어와 마술이 결합된 <멜리에스일루젼>(EG PROJECT), 판소리 퍼포먼스 <수궁가>(극단 목성)이다.

매년 8월에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1947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극단들이 공터에서 무허가로 공연한 것이 시초이다. ‘프린지’(fringe)는 ‘주변’이나 ‘언저리’라는 뜻으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주변부에서 시작된 축제를 말한다. 시작은 초라했으나 독특하고 참신한 형식의 공연들이 점차 관람객의 호응을 얻어갔다. 그 후  참가하는 공연단체들이 늘어났고, 1958년에는 페스티벌 프린지 협회(Festival Fringe Society)가 설립되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해마다 세계 1천여 개의 공연단체들이 200개에 이르는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중심이 됐다. 넌버벌 퍼포먼스(non verbal performance) <난타>도 1999년에 참가해 최고평점을 받으며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도 했었다.

연극 〈하녀들〉의 공연 장면. 사진 제공=극단 ‘무소의 뿔’
연극 〈하녀들〉의 공연 장면. 사진 제공=극단 ‘무소의 뿔’

<하녀들>은 장 주네(1910~1986)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1947년에 집필한 대표적인 부조리극이다. 하녀 빠뺑 자매가 여주인과 딸을 살해한 사건이다. 극 중 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두 하녀의 마담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증오가 뒤엉키고 절망과 환희를 오가며 삶에 대해 절규하는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진예술가 지원 사업으로 2007년 12월 처음 선보인 이래 원작의 틀을 과감하게 버리고 절제의 미학을 보여줬다. 한국 최초로 2008년 체코 어퍼스토로피 국제연극제에서 최고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서울연극올림픽과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다. 

정은경 연출은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원작과 달리 언어적 요소를 생략했고 무대에는 오로지 하녀 둘 만 오른다. 간결한 무대배경과 소품, 의상 등은 오로지 하녀들의 내면 갈등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3년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중 친구를 따라 놀러간 춘천의 극단 ‘혼성’에서 연극의 매력에 빠져 극단생활을 시작했고 몰리에르의 <주머니 속에서 탱고를>로 데뷔했다. 5년 후 연극에 대한 궁극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떠난 영국유학에서 많은 공연을 보며 식견을 넓혔다. 귀국 후 2000년에 첫 연출작 <소녀들>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연출했다. 이후 2014년에 춘천에서 극단 ‘무소의 뿔’을 창단했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무대언어를 모색하고 연극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의 산물이며 “기존의 연극적 언어와 형식보다 새로운 무대언어와 형식을 지향하는”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정 연출은 “1년에 1작품씩 공연하려고 한다. 지난해는 현대 부조리극의 대표작가 이오네스크의 <수업>을 상상마당 사운드홀에서 공연했다. 봄에는 단원을 추가로 모집하고 워크숍도 할 계획이다. 올해는 무엇보다도 <하녀들>에 집중하려고 한다. 변유정, 전은주가 하녀 역을 맡는데 연습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다듬으려고 한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춘천에서 공연할지는 고민하고 있다. 남은 기간 배우들과 함께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어 세계연극시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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