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 ‘예술공감’ 박미숙 이사장

우수를 며칠 앞둔 토요일 오후, 후우~ 하고 불면 연둣빛 가지가 쑤욱 하고 자라날 것처럼 바람이 기분 좋은 날, 동면의 카페 ‘느린 시간’을 찾았다. 부드러운 조명과 평온한 음악이 조요로운 공간, 벽면에는 어느 여성 화가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느린 시간’의 박미숙(53) 대표는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사회적협동조합 ‘예술공감’의 초대 이사장이다. 그에게 ‘예술공감’에 대해 들어봤다.

“간단히 말하면 예술품 임대사업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의 권익, 복리 증진과 관련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비영리적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이란 뜻이죠. ‘예술공감’의 지향점은 지역민들이 보다 쉽고 가까운 곳에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일, 그리고 우리 지역의 작가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 나가는 것입니다. 사실 지역 작가들 중에는 생계나 또 다른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작품활동이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작가들에게 작품의 임대라는 방법으로 작으나마 도움을 줄 수 있고, 지역민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조금 더 쉽게, 어쩌면 나와 가까울 수도 있는 우리 지역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죠.” 

그가 이런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사진 제공= 박미숙
사진 제공= 박미숙

“내가 쉰이 되었을 때, 문득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래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성격인데, 왠지 나의 삶이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나의 또 다른 어떤 능력이랄까, 그런 것들을 한번 시험해보고 또 다른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느린 시간’을 시작했어요. 여기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뭐랄까, 한 발짝 떨어져 여러 사람들의 삶의 한 조각을 들여다보는 일 같기도 해요. 그림을 전시하게 된 건, 그림은 문학과는 다르게 정해진 답이 없는 상태에서 그림과 내가 일대일로 마주한 채 소통하고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 좋았어요. 문학은 왜,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는 읽히잖아요?” 

그림과 오롯이 마주하고 서는 그 행위 그 자체가 좋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느린 시간’을 찾는 사람들이 그림이 있는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는 여느 카페에서 나누는 그것과는 사뭇 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은 아예 접으신 건가요?”라고 불쑥 물었다.

“아뇨, 그건 펴거나 접는 것일 수 없어요. 그냥 쓰는 거지요. 등단이라거나 눈에 띄는 활동을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sns를 통해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나쳐가는 풍경들, 순간순간의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여기, 나만의 공간에서 그림과 함께하는 시간이 참 좋아요.” 잠시 이야기가 제자리를 잃었다. 다시 물었다. 사회적 협동조합 ‘예술공감’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작년 여름에 해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주최하는 아트페어 행사에 참여해보면 어떻겠냐는 권고가 있어서 나갔어요. 열흘 정도 작가들과 만나다 보니까 그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지요. 친해지기도 했고요. 행사가 끝나서 부스를 철수하는데 열흘 동안 한 작품도 팔지 못한 채 돌아가는 작가들도 있었어요. 그때 작가들의 현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온라인 상거래나 렌털 등을 알아보다가 지역 작가와 소비자인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안 거예요. 렌털이라는 방법이죠. 우리 지역 안에서 그런 사업이 시작되면 작업실에서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밖으로 나와 빛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적협동조합 ‘예술공감’을 함께 시작한 동지들은 다섯 사람이라고 했다. 박미숙 대표를 제외하곤 모두 현재 활동 중인 우리 지역 작가들이다.

‘예술공감’은 2019년 말 법인 인가를 받고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1월, 춘천교육문화관을 비롯해 개인 매장과 벤처기업 등 세 곳에 열 점의 임대 작품이 설치되었다.

“아직은 미약하지요.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작년에 인가를 받고 사업자등록을 하러 세무서를 갔는데, 담당 직원이 사업자 번호를 잘못 등록해서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어요. 그 직원 분이 담당 회계사랑 통화를 하고 또 하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잘 이해를 못 하시더라구요. 아직은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예술공감’ 같은 경우는 기업과 시민이 함께 문화적 가치를 향상시켜 나가는 일인데, 문화, 또는 예술이라는 것이 정서적 위로가 되고 감성적 지극함과 충만을 느끼게 하는 정신적 양식인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밥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 또 다른 측면의 인식이기도 하지요. 예술의 가치는 무궁한데, 그런 가치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고르게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 현실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사회가 예술인들의 복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역의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사회적 취약계층 또한 그러한 가치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 1월 13일 춘천교육문화관에 임대한 작품(김대영 〈백두산 일송정 해란강은〉 227.3cmx162.1cm  캔버스 위 아크릴  2017년)을 설치하고 있는 장면. 사진 제공= 박미숙
지난 1월 13일 춘천교육문화관에 임대한 작품(김대영 〈백두산 일송정 해란강은〉 227.3cmx162.1cm 캔버스 위 아크릴 2017년)을 설치하고 있는 장면.       사진 제공= 박미숙

그는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어요. ‘예술공감’의 목적이 실현되고 내가 그 안에서 충분한 역할을 해낼 수 있어서 이 협동조합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그 후에는 또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요. 이제 쉰넷인데 예순이 되면 지금과는 다른 조용한 방법으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싶어요. 보니까 책이 있는 펜션이나 카페 같은 휴식공간이 있더라고요. 자연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여럿이 함께 차 마시고 글 쓰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요. 새로운 일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금은 느슨해지잖아요? 그러면 또 다른 목표를 찾게 될 것 같아요.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망설이게 되고 물러서게 되는 일이긴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일, 거기에 가장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닐까요?"

자그마한 체구에 여리기 그지없어 보이는 그가 너무나 멋지고 강단 있는 꿈을 꾸고 있다는 것에 감동, 또 감동! 속으로 여러 번 박수를 보냈다.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준 사람, 그는 분명 특별했다.

이지러진 그믐달이 느리게 걷는 밤하늘, 별들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흘러갔다. 분명 아름다운 한 사람의 따스한 소망들이 저기까지 가 닿았으리. 세상은 함께여서 행복한 곳이고, 그러므로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삶이 고될지라도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믿어보자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고 이 작은 지면을 빌어 코로나19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고 있는 의료인들과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경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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