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새 차를 구입하고서도 초기 결함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례는 과거부터 많이 보고되어 왔다. 작은 결함에서부터 변속기나 엔진 결함 등의 중대한 결함까지 다양한 초기 결함이 문제가 되어 왔는데, 어떤 수준의 결함까지 통계로 잡느냐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국산차와 수입차를 포함해서 매년 200~300여 건의 심각한 수준의 초기결함에 대한 소비자 신고가 있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신차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교환이나 환불받기는 어려웠다. 문제의 원인을 소비자가 직접 증명해 내야 하거나, 권고에 그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으로 무상 수리 외에는 소비자의 대응 방법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련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그 결과 2019년 1월 1일부터 ‘한국형 레몬법’이라 불리는 자동차 교환·환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형 레몬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레몬이 겉보기에는 노랗고 예쁘지만 맛이 매우 시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특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상품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품질이 낮거나 문제가 있을 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관련 법이 그래서 레몬법이 된 것이다. 그러나 별칭과는 달리 제품 결함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법의 핵심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에 동일한 중대한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제조항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나 수입 판매사가 매매계약서 상에 레몬법 규정이 적용된다고 명시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정하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참여 업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계약서상에 명시를 확인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결함 증빙 책임이 사실상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있어 교환·환불이 매우 까다롭기에 소비자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무색게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왔다.

최근 경실련에서 지난 1년간 국토교통부 자동차 안전·하자 위원회에 접수된 교환·환불 신청 건을 조사한 결과, 총 81건 중 교환·환불 판정을 받은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판정이 결정된 6건도 각하 4건, 화해 2건뿐이었는데, 특이하게도 교환·환불 신청을 취하하며 교환·환불을 받은 사례가 5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교환·환불 판정을 받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론 부담을 피하려는 사실상의 결함 은폐로 볼 수 있고,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게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소비자 보호라는 한국형 레몬법 도입 취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 법의 적용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관련 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작년 여름,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토론회가 개최돼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논의된 바 있으나 개선시키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소비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차원에서 관련 법령이 실효성 있게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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