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논평] 4·15 총선, 에폭의 시대를 만들기 위한 조건
[이슈논평] 4·15 총선, 에폭의 시대를 만들기 위한 조건
  • 김대건 (강원대 행정심리학부 교수)
  • 승인 2020.03.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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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강원대 행정심리학부 교수)
김대건 (강원대 행정심리학부 교수)

#현상1. 현시점은 분명 정치의 계절이다. 4·15 총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각 당의 정책 공약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전쟁 중에도 선거는 했다고 하니,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4·15 총선은 치러질 것이다. 하지만 선거 분위기는 떠오르지 않는다. 선거 이슈가 더더욱 부각되지 않으니 이번에도 지역 대결 양상의 선거가 극복되지 못하고 지역 간 대립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상2. 이번 4·15 총선부터 선거 참여 연령이 만18세로 낮춰졌다. 하지만 선거 참여인 수를 연령대별로 보면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20·30·40대의 비중은 줄고, 50·60대 이상의 비중은 늘 것이다. 거기에다가 50대 이상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이 통상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선거 결과는 미래세대보다는 기성세대들의 생각이 더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연령대 이상 인구의 상대적 증가와 결집력이 강한 특정 이념 집단의 특성이 결합하면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현상3.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선거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고, 우리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선택하는 공론의 장과 축제의 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련의 선거 과정은 우리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확인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투표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를 할 때가 되면 돌아오는 하나의 이벤트로 보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엄청나서 그런지 투표와 선거는 정치인이라는 대리인을 내세울 뿐 결국은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임을 잊고 사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현상4. 이상하리만치 정치인들의 막말과 궤변을 그리 큰 문제로 삼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 듯하다. ‘대구 폐렴’이라고 하면 얼마나 큰 차별인가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우한 폐렴’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 언론은 비판하지 않는다. 자기 진영 이외의 주장은 모두 허위이고 궤변으로 몰아붙인다. 일례로 한 진영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선거법을 악용한다고 비난하고, 다른 진영은 선거법을 통과시킨 진영의 잘못이라고 우겨댄다. 반대로 다른 진영이 비례정당을 만들고자 하면 후안무치하다고 다그친다. 맹목과 궤변, 막말로 가득한 너무나도 타락한 진영의식이 난무한다.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 타협의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진영이 주장하는 기준에 어긋나면 가차 없이 상대방을 적으로 돌리는 진영 간 대결의 타락한 정치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상5. 인간의 역사는 시대에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데, 피리어드(period)와 에폭(epoch: 신기원, 신시대)이 그것이다. 인간회복의 경제학을 집필한 진노 나오히코 교수에 따르면, 피리어드는 사회의 구조가 일정하게 정돈되어 있고 안정된 역사적 시기이다. 기차가 레일을 이탈하지 않고 레일을 따라 달리기만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에폭은 하나의 시대가 저물고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대가 탄생하는 전환기적 시기이다. 이는 레일 위를 부상하여 달리는 기차가 나오면 기존의 레일은 쓸모가 없고 새로운 레일이 필요한 것과 같다. 2019년은 삼일절 10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2020년은 광복 75주년과 6·25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러한 의미 있는 기억을 넘어 다가오는 다음 시대는 새로운 시대여야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협력의 원리에 맞게 사회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시대여야 한다. 현재 우리는 에폭의 시대에 서 있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우리는 #현상1~4를 넘어 #현상5를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2020년 현시점을 에폭의 시대로 역사에 기록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대한 무관심, 세대 간, 진영 간, 이념 간, 지역 간 갈등과 혐오를 넘어서야 한다. 에폭의 시대를 거부하고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진영과 정치인들을 이번에는 제발 뽑지 말자. 그래야 시민 모두에게 열린 사회, 열린 정치, 열린 민주주의라는 에폭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우뚝 서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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