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 춘천문화재단 기획 전시
조각 30점·판화 10점·자료 등…춘천문화예술회관, 26일 까지

손에 잡힐 듯 다가오던 남북 평화가 다시 냉랭해져 가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통일을 염원했던 뛰어난 조각가의 회고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춘천문화재단(이사장 최돈선)이 26일(금)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기획전시 ‘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 : 박희선’을 개최한다. 故박희선 작가의 조각 30점과 판화 10점 그리고 각종 자료와 유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박희선 <한반도>

박 작가는 1956년 춘천 소양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서울대 미대조소과를 졸업했다. 제30회 국전 입선, 중앙미술대전 특선, 1·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제3회 김종영조각상, 제3회 가톨릭미술상을 수상했다. 

그를 잘 아는 한 예술가는 “박희선의 뛰어난 창의력과 주제의식이 담긴 작품들은 그가 받은 상보다 더 훌륭하다”고 평한다.

마흔, 짧은 생애를 살고 떠난 그의 작품들은 세 가지 주제로 집약된다.

첫째 분단과 통일. 둘째 사회의식이 반영된 추상화된 인체. 셋째 한국의 전통과 민중항쟁의 역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전념한 주제는 분단과 통일이다. 그는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의 원인을 분단에서 찾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도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미·중·일·러 한반도 주변 강대국이 남긴 역사의 상처 그리고 비극의 사슬을 끊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다.

고향 봉의산의 자연에서 영감받은 둥근 곡선의 산세와 한복을 입은 여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하늘을 향해 활짝 편 두 팔은 평화를 갈구하는 날개짓이자 남북의 화해와 상생을 의미한다.

작품에서는 생명에 대한 무한한 존중도 드러나서 씨앗의 형상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또한 동학농민혁명과 광주민주항쟁을 주제로 한 작품들에서는 근현대 한국역사에 대한 투철한 의식도 드러낸다.

박 작가는 무쇠, 돌, 청동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나무를 사용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초기작부터 통일을 염원한 대표작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춘천 의병장 유홍석(의암 유인석의 아버지)의 며느리인 독립운동가 윤희순을 형상화한 <소양강-1935년 윤희순>이 최초 공개되어 의미를 더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 연락채널이 차단된 상황에서 故박희선 작가의 작품이 더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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