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범(근화 소양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원)

작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야채를 팔던 강원상회가 토지주의 건물신축 계획으로 맞은편 건물로 이전해 길목식당을 개업했는데 밥과 반찬이 맛있고 정갈해 단골집으로 삼게 됐다. 그 식당에는 30대의 두 딸이 있었고 그들은 번개야시장에서 즉석 제조한 음식을 팔며 어머니의 일손을 돕고 있었다. 그 해 여름엔 번개시장에 화이트 톤의 예쁜 커피숍이 하나 들어섰다. 그 곳엔 앳돼 보이는 남자 청년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는데 그 청년이 내려준 커피가 값도 저렴하고 맛있어 가끔 그 곳에 들려 커피도 마시고 우리 재생사업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얘기하곤 했다. 이렇게 시작된 소통으로 번개시장과 인근의 청년사업자를 중심으로 근화·소양 청년회가 구성됐고 섣달 겨울비 내리던 밤에는 번개시장 노상에서 삼겹살을 구우며 어떻게 하면 마을을 살려볼까 고민하며 소주잔을 채웠다.

그리고 올해, 마을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어두컴컴한 비행지역에 태양광 벽등을 설치했고, 번개야시장 이용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며 노상방뇨로 냄새가 진동하던 골목길을 청년들이 직접 청소하고 담장에는 페인트칠을 해 말끔한 길로 만들어 놓았다. 또 그간 잘 지켜지지 않던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번개시장 내에 안내판을 설치했고 쿠키와 화채를 만들어 마을과 번개야시장을 홍보했다. 이렇게 청년들은 도시재생사업의 참여주체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주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우리 사업지역에는 춘천의 미래 산업과 청년들의 일거리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계시는 ‘되게 선생’이 계신다. 주민협의체 위원이자 마음 푸른 ‘65세 청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6월에 청년 1명을 고용하셨고, 청년회 막내 여성 회원에겐 자신의 커피숍을 내주며 창업을 육성하고 계신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주민들은 원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분주하지만 아쉽게도 도시재생사업은 이제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사업종료 후에도 마을발전을 위한 청년활동이 지속되려면 춘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공동체 활동 관련 사업지원 보다도 구도심에 대한 시민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투자는 춘천시민이 전통시장과 청년사업장에 관심을 갖고 상품구매와 상품평을 병행하는 것이고, 지역청년에게 일거리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고 마을발전을 위한 청년활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며 구도심의 활동주체를 자립시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내는 일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확신한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은 시민의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내고 시민의 관심은 또 다른 ‘되게 선생’을 만들며 시민의 투자가 청년들을 움직인다. 그렇게 도시는 선순환으로 재생돼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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