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 현장 인터뷰] 나무를 깎듯 일궈가는 소박한 삶
[취재기자 현장 인터뷰] 나무를 깎듯 일궈가는 소박한 삶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0.07.2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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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카빙 공방 ‘스푼풀spoonful’ 황메리·로빈 부부

우드카빙(woodcarving)이란 전동공구가 아닌 조각도·끌·나이프 등 수공구만을 활용해서 나무를 깎고 다듬어 만드는 목공예를 말한다. 쉽게 생각하면 나무로 하는 조각이다. 주로 스푼·젓가락·볼·주걱·접시 등을 만드는데, 거칠고 투박하기도 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매력과 만드는 이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코로나19 시대, 자기만의 공간에서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힐링하고 성취하는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거창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우드카빙은 이른바 ‘소확행’에 딱 어울린다. 최근 춘천에서 진행되는 여러 시민참여문화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룡산이 보이는 신촌리에 지난 6월 문을 연 우드카빙 공방 ‘스푼풀spoonful’의 황메리, 로빈 부부를 만나서 공방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푼풀spoonful’ 황메리·로빈 부부와 반려묘 ‘고고’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스푼풀spoonful’문을 연지 2달이 됐다고 하는데 찾아오기가 쉽지 않네요. 홍보에 게으른 거 아닌가요? 손님이 오긴 하나요?

로빈 하하(웃음) 저희부부가 큰 욕심이 없어서 그래요. 그저 인스타그램에 근황을 올리는 정도입니다. 저는 사실 본업이 있어요. 월·화·수에는 출근하고 목·금에는 재택근무를 합니다. 작업은 주말에 해요. 공방은 아내가 대표를 맡아 운영합니다. 

황메리 손님이 있긴 합니다.(웃음) 현재는 원데이클래스 위주로 운영하는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이 찾아오세요. 매주 3번 한 번에 4명씩 클래스를 진행합니다. 오픈하자마자 ‘아트로드’라는 시민대상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했었고 조금씩 알려지고 있어요. 온라인 판매는 천천히 준비하고 있어요.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우드카빙 소개와 공방창업에 이르게 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황메리 수공구로 나무를 깎아서 물건을 만드는 거야 동서고금 어느 곳에나 있어왔지만 요즘 말하는 우드카빙은 북유럽에서 건너온 공예장르입니다. 기후와 환경이 문화를 만든다고 하죠?

밤이 긴 북유럽의 사람들이 긴 밤 동안 집안에서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었는데. 그게 하나의 공예장르가 되어 요즘의 ‘우드카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덩치 큰 가구 만들기는 오차 없이 정해진 규칙이 있어요. 하지만 우드카빙은 자기 맘껏 만들면 됩니다. 재능도 필요 없죠. 공구도 저렴해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요.

로빈 공방을 열기까지 스토리가 좀 긴데 짧게 요약하면. 직장생활을 빠듯하게 했어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자동차부품회사·한국항공우주산업·효성중공업 등 여러 곳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너무 지쳤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2012년 무렵에 ‘목공’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목공을 배울 시간이 허락되는 현재의 직장으로 전직을 하고 이어서 고향 춘천 효자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주말이면 포천의 가구공방에 가서 1년 동안 목공을 배웠습니다. 아내도 덩달아 공예에 관심이 생겨서 재봉틀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황메리 옥천동에 자그마한 작업실을 마련해서 남편은 가구를 만들고 저는 재봉틀로 소품을 만들었습니다. 남편은 의뢰를 받으면 만들어주는 정도로 작업했고 저는 ‘소월상점’이라는 공예편집샵도 같이 운영했어요.

황메리 대표가 지난 23일 목요일에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폭우를 뚫고 찾아온 두 여성은 연신 웃으며 우드카빙 체험을 했다. 

그런데 ‘소월상점’은 2017년에 문을 닫았어요. 솔직히 장사도 잘 안됐지만(웃음) 상점운영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컸어요. 적게 소유하고 소비하는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사람들에게 물건 사라고 장려하는데 흥미가 줄었습니다. 

로빈 저 또한 큰가구를 만드는 데 흥미를 잃었어요. 작업실은 늘 먼지와 덩치 큰 기계의 굉음으로 가득했죠. 나무로 작업하는 건 좋았지만 그런 환경이 싫어졌어요. 

어느 날 아내가 수제의자 만드는 공방이 실린 잡지기사를 보여줬어요. 눈에 확 들어왔죠. 작은 가구인 의자. 요란한 기계 없이 손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쉽게 만들 수 없는 의자가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친환경적이고 심지어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니.

아내와 저는 나무가 너무 좋았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면서 소박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고요. 나무를 만지면서 그 문화를 타인과 공유하며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손으로 나무를 깎고 다듬으며 소박하게 사는 삶의 방향이 또렷이 그려지자 아내는 양평에 가서 우드카빙을 배우고, 남편은 경기도 광주의 의자공방에서 수제의자 만드는 법을 배웠다.

동시에 지금의 공방 딸린 집도 짓기 시작해서 마침내 올 4월 현재의 우드카빙 공방 ‘스푼풀 spoonful’의 간판이 마당 한 쪽에 세워졌다. 아끼고 저축한 돈과 부부가 함께 만들고 보완해서 지역의 아파트 평균 가격보다 적은 비용으로 터전을 마련했다.

황메리·로빈 부부가 로맨틱하게 꾸민 ‘스푼풀spoonful’의 많은 부분은 두 사람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황메리·로빈 부부가 로맨틱하게 꾸민 ‘스푼풀spoonful’의 많은 부분은 두 사람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바라는 삶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행복하세요?

황메리 나무를 깎고 만지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첫 단추를 이제 막 끼운 셈이죠. 정식 오픈은 6월에 했어요. 남편은 여전히 출근과 재택근무를 겸하며 수제의자를 만들고 저는 원데이 클래스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기계공고의 한 교사가 제자를 데리고 원데이클래스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제자를 위해 선생님이 데리고 왔어요. 클래스가 끝날 때 학생의 행복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스푼풀spoonful’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속에 한 숟가락 가득 힐링의 시간을 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건데, 헛된 바람이 아닌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로빈  아내와 다르지 않아요. 덧붙이면 작품이 만족스럽게 만들어졌을 때 기쁘죠. 그리고 작업하기 좋은 나무를 주웠을 때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쁩니다. 홍천 처가댁에 가다 도로변에 버려진 산벚나무를 주웠을 때 우리 둘 다 정말 기뻤죠. 정말 좋은 목재거든요. 

주로 시중에 유통되는 건조목을 사용해서 작업하는데 사실 생목이 더 좋아요. 더 깎기 쉽고 먼지도 덜 나거든요. 시간 날 때마다 버려진 나무를 구하려고 발품을 팝니다. 나무는 사람 속과 닮아서 그 속을 알 수 없는 게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고요.

수제의자를 만드는 로빈이 작업대 ‘쉐이빙 홀스’에서 스툴의자에 쓰일 다리를 깎고 있다.

요즘 공방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방으로 가족이 살아가는데 충분한 벌이가 되나요? 창업을 권하세요?

로빈 수도권에서 공방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고 지역은 시장이 작아서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우리도 본업을 유지하면서 올 인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어요. 제가 본업이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당장의 수익보다는 원하는 삶을 위한 시작이었고 직장생활 이후의 삶을 준비한 게 더 큰 의미죠.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그래도 권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소확행’이 더 크게 확산되고 있고 문의도 늘고 있어요. 다른 장르의 공방 지인들도 같은 의견이고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공방이든지 먼저 체험하길 권합니다. 스스로 만드는 즐거움을 누려보는 게 우선이죠. 창업이전에 즐거움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황메리 맞아요. 경영을 전공하고 예술과 아무 교류도 없던 저도 그 즐거움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부부는 ‘벗들’이라는 이름의 공방작가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있다. ‘커먼즈필드 춘천’에서 취미나 공방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관심있슈’에 선정되는 등 지역의 문화다양성을 위한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황메리·로빈 공방의 창문 너머로 높고 푸른 대룡산이 보여요. 풀벌레소리·개구리소리·가끔 부엉이와 고라니도 쉬다 갑니다. 나무를 깎고 살지만 자연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절대 잃지 않을 겁니다. 마당에 심은 자작나무 묘목은 그런 마음을 담은 거에요.

또 부지런한 성격이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요, 다른 공예도 배워서 우드카빙과 연계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문화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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