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화·소양동 주민·전문가들 문화자원 활용방안 논의
옛날 가치 현재 실정에 맞게 되살리는 게 문화재생
관광객 유치보다 주민들 어울리는 곳부터 만들어야

근화·소양동 주민들이 올해 도시재생사업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근화소양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는 센터 관계자와 주민들 30여 명을 대상으로 근화소양 도시재생사업 강연회가 펼쳐졌다. 강연회는 문화컨설팅 바라 권순석 대표가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와 가치’라는 주제로 이끌었다.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작업인 작가 김월식씨와 무늬만커뮤니티의 작품 ‘시장불’.      사진 제공=창원비엔날레

도시재생 목표는 ‘주민행복’

권 대표는 먼저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가치가 과거에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교동에서 살았는데 부모님이 안 계시면 주변 분들이 돌봐주셨다. 요즘 말로하면 공동육아나 커뮤니티 케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자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 가지고 있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재의 실정에 맞게 되살리는 것이 문화를 재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도시재생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주민 행복 추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강조했다.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는 시내술집과 동네술집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행복도, 신뢰도, 만족도, 소속감, 친구 수, 대화시간 모두 동네 술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음주량은 동네 술집이 더 낮았다. 동네의 작은 공간이 사회적 결속에 끼치는 영향을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례도 제시됐다. 경남 창원에서 도심재생과 공공미술을 강조하는 미술제인 창원조각비엔날레에 참여한 ‘시장불’이라는 작품이다. 김월식 작가는 골판지로 불상을 만들어 부근 빈 상가 안에 설치했다. 불상 뱃속에 상인들 기원을 담은 쪽지를 집어넣어 그들의 꿈을 보여주려 했다. 예술작품이 주민들에게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작품이 공개되자 상인들은 동전을 ‘시장불’ 위에 얹어 놓으며 소원을 빌었다. 권 대표는 ‘시장불’이 조성되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도시재생 지역에 많은 벽화들이 그려지지만 주민들의 삶을 담은 그림과 색깔만 알록달록하게 칠한 그림은 다르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문화적 도시재생은 엄청난 수의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백운마을 실패사례 검토해야

안타까운 실패사례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전북 진안 백운마을은 마을공동체 운동의 선두 주자였고 대단히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전국적인 우수사례였지만 지난해 마지막 전시를 끝으로 별다른 활동이 없다고 한다. 최근 권 대표가 방문해 찍었다는 백운마을의 ‘공동체 박물관’의 전경 사진은 마치 폐허처럼 망가져 있었다. 권 대표는 “문화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주민이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때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2016년에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된 근화·소양동은 일반근린형 사업에 속하며 올해까지 국비 50억 원, 시비 50억 원, 그리고 부처연계사업에 826억여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옛길, 맛길, 물길이 어우러진 소양문화마을 만들기’라는 비전 아래 소양로 보행로를 개선하고 번개시장을 중심으로 골목상권 살리기, 마을환경 개선, 소양로 역사문화 콘텐츠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옛 기무부대 관사인 소양로4가 90-1번지 일원에 시비 180억 원을 투입해 예술촌이 들어서기로 결정된 상태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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