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옥(인문치유상담사)
이승옥(인문치유상담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사춘기가 올 때 쯤 나와 아이의 관계 속에서 더 이상은 대화가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이때 배우게 된 것이 비폭력대화였다. 처음 비폭력대화를 배우면서 이를 통해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목적지는 내 마음을 상대에게 잘 표현해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상대가 움직여 주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빠른 어떤 방법, 스킬을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비폭력대화를 배우면 배울수록 말의 표현단어가 아니라, 말을 하는 사람의 깊이 숨겨져 있는 의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호에서는 비폭력대화로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비폭력대화에서의 말하기의 순서는 먼저 관찰로 말하기인데 이는 내가 말하고 싶은 상황을 정하고 그 상황을 동영상으로 그대로 보듯 얘기하는 것이다. 그 후 이 상황에 대한 나의 느낌, 이 느낌이 내게 일어나는 관련된 나의 욕구를 말하고 그다음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부탁을 한다. 이러한 순서로 나의 마음을 상대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순서보다는 내가 나의 욕구, 상대의 욕구를 다 존중하며 말하겠다는 의도가 가장 중요하다. 

비폭력대화를 막 배우고 참여했던 워크숍에서 비폭력 대화로 말하기 연습을 했던 한 사례를 살펴보자. 나는 그 당시 딸이 방청소를 안 한다는 상황에 대해 연습하기로 했다. 평소의 폭력적인 말은 “oo아 방이 이게 뭐니! 도대체 언제 치울 거야 너때문에 너무 힘들다.” 이 말을 비폭력대화로 바꾸어 보았다. 관찰: 네 방 방바닥에 옷들, 양말들, 옷걸이가 바닥에 있어. 느낌: 엄마는 화가 나고 답답해. 욕구: 엄마는 집 전체가 깨끗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그래야 편안해질 거같아. 부탁: 방을 치워줄 수 있겠니? 비폭력대화가 요청하는 순서에 맞춰 겨우겨우 최선을 다해 말을 마쳤다. 당시의 나로서는 비폭력대화를 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듣는 여러분이 나의 딸이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이 워크숍에서는 상대를 정해 역할극으로 연습을 한다. 비폭력대화로 했다는 말을 들은 딸 역할의 파트너는 이렇게 대답했다. “싫어!” 나는 그 당시 너무 당황했다. 내 나름대로 비폭력대화로 폭력적인 말을 쓰지 않고 말했는데 “싫어!”라니 이후 워크숍 진행자가 이 상황에서 자신의 욕구를 욕구명상(이 상황에서 중요한 나의 욕구인 편안함이 충분히 실현되고 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떠올리는 것)을 하라고 했다. 욕구명상을 충분히 하고 다시 그 상황에 대해 역할극 안에서 비폭력대화로 표현해보라고 했다. 충분히 편안함에 대한 욕구명상을 하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화와 답답한 마음이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그 상황을 떠올리며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역할극 했다. 나의 말하기는 “oo아 요즘 힘들지 엄마가 방 치우는 거 도와줄까…?”라고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닌가? 말하는 나도 놀랐다.. 딸 역할의 파트너의 대답은 “응 내방이 지저분해서 엄마 힘들었지 나도 방이 지저분해서 힘들어 엄마가 도와주면 방 치우는 거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아”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나의 역할극 파트너에게 처음의 역할극에서 왜 바로 “싫어”라고 대답했는지 물어보았더니 비폭력대화로 표현은 했지만 듣는 순간 엄청난 강요와 비난이 느껴져 그렇게 대답했다고 말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나는 나의 중요한 욕구인 편안함을 딸의 행동을 통해 채우려 했다. 욕구명상을 통해 편안함은 항상 내안에 있으며 나는 지금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딸에게 향한 나의 분노와 결핍된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저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딸이 내가 원하는 방식에 “노”라고 답해도 딸은 자신의 중요한 또 다른 욕구를 선택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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