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굿을 아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으레 ‘굿? 무슨 굿?’ 이런 반응을 보인다. 삼굿은 ‘삼+굿’으로 이루어진 합성명사다. 현재는 환각제인 대마초로 유명하지만 삼은 전통시대에 중요한 옷감재료로 사용되던 한해살이 식물이다. 굿은 일반적으로 무당이 하는 무속적 제의를 말하지만 여기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할 정도로 신명나는 구경거리’를 의미한다. 결국 삼굿은 마을 사람이 함께 모여 신명나게 삼 찌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전통시대에 명주는 일반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천이었기에 평범한 사람들은 삼을 심어 베옷을 주로 만들어 입었다. 이 베옷을 만들기 위해 삼을 심고 삼을 찌고 삼 껍질을 벗겨 삼실을 만든다. 여러 번 물에 씻고 말리고 찌고를 반복하여 만든 삼실을 베틀에 걸고 짜면 삼베가 되고 이것을 마름질하여 옷을 만든다. 이때 삼을 찌는 일은 마을 사람 모두의 힘이 필요한 큰일이기에 모두 모여서 공동으로 작업을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삼굿이다.

우선 삼은 키가 크다. 170㎝에서 2m넘게 자라기도 한다. 그러니 삼을 베고 움직이는 일 모두가 보통 일이 아니다. 기다란 삼을 쪄야 하니 맞는 그릇이 있을 리가 없다. 조상들은 땅을 파서 가마솥 모양의 그릇을 만들었다. 바로 삼구덩이다. 삼의 키만큼 길면서 여러 집의 삼을 모두 넣을 만큼 깊고 넓게 구덩이를 팠다. 삼구덩이를 만드는 장소는 강가가 좋다. 작업과정에서 물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덩이는 크게 두 개를 파고 중간에는 증기가 나갈 수 있도록 연결통로를 만들어둔다. 구덩이의 한쪽은 삼을 차곡차곡 쌓는데 삼을 묶은 삼단에 각 집안의 표시를 한다. 다른 집 삼과 섞이지 않기 위해서이다. 다른 쪽은 장작을 넣고 그 위에 큰 돌멩이를 쌓아 올린다. 양 구덩이 위에는 생솔가지와 풀 더미 등을 적당히 덮고 마지막은 흙으로 두텁고 단단히 봉한다. 돌멩이를 넣은 구덩이에 만들어 놓은 아궁이를 통해 장작에 불을 붙이면 삼 찌기가 시작된다. 10시간 정도 장작을 때면 위의 돌이 달궈져서 흙더미 위로 김이 오른다. 그러면 강에서 물을 퍼다가 흙으로 봉한 표면에 구멍을 낸 후 붓는다. 이때 큰소리로 “짐물이여!!”하고 소리친다. 달궈진 돌에 닿은 물은 수증기가 되어 연결통로를 통해 옆 구덩이로 넘어가 삼이 쪄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한숨 돌리며 삼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삼을 꺼내 껍질을 벗기고 강물에 씻는다. 이 삼이 옷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수십 번의 손길을 더 거쳐야 한다.

삼굿은 온 동네 사람이 모여서 대동단결하여야만 가능하기에 붙은 이름이다. 춘천에서는 동면 상걸리 등에서 예전에 많이 행해졌다고 한다. 아이들은 남은 잔불에 감자, 옥수수, 호박 등을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이러하기에 삼굿은 인기 있는 농촌체험 활동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걱정인 요즘이다. 함께 모여 구운 감자나 옥수수를 나눠 먹는 날은 언제 오려나 아쉬운 맘만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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