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과거 물 분야 의제와 관련된 논의와 의사결정과정이 정부 당국과 일부 전문가에 의해 독점되던 시기 개발우선주의가 횡행하면서 수질오염, 생태환경파괴, 상·하류 간 지역갈등과 같은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표출되었고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면서 서서히 개선돼왔다. 특히 춘천의 경우 소양강댐 수질악화의 주요인이었던 댐 내의 가두리양식장을 육지로 이전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시작되어 이슈화되면서 소양강댐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댐과 호소 내의 가두리양식장이 이전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경험은 민간에서의 물 논의 확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게 되었고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결합과 지역사회의 지원을 통해 춘천국제물포럼이 출범하게 되었다. 

지난해 물관리기본법 시행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물 관리 일원화와 유역 단위 통합관리가 추진되고 있다.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자원 관리 제도의 변화는 한강 상류인 강원지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관련 논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춘천국제물포럼은 공식 논의 및 의사결정 구조상에 시민사회의 참여 기반을 다지기 위해 물 분야에서의 바람직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으며, 다양한 의제의 발굴 및 제안 활동을 진행해왔다.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확산과 진정이 반복되고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물 관리’에 대한 논의가 각 분야에서 진행돼왔으나, 많은 논의가 ICT 요소를 접목한 스마트 물 관리 등등 4차산업이나 그린뉴딜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물론 이러한 논의가 꼭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춘천국제물포럼 2020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논의의 근간에 자연 속에서의 물의 가치, 생태환경과 인간의 삶까지 포함하는 물의 가치를 중심으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고 올해 대주제를 “물과 자연”으로 정했다. 11개의 세부 주제로 나눠 진행된 토론은 지난 10월 15~16일 이틀간 진행됐다.

행사의 기조연설은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이 맡아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지난 활동과 향후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이후 대주제와 관련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 수생태계 자연성 회복방안, 통합물관리와 환경용수 등 물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시급한 주제가 광범위하게 다뤄졌다. 산재해 있는 상류지역의 사실상 용도폐기 된 채 방치되어있는 소규모 보의 문제, 난개발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늘 뒷전으로 밀려있는 지하수 관리 문제, 지난 장마 이후 흙탕물로 아직도 제모습을 찾고 있지 못한 한강 상류 지역의 농업 관리 문제 등 많은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함께 물 논의 거버넌스 강화 및 이슈 발굴을 위해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 1년의 성과와 과제, 유역통합관리 정착 방안, 한강 상·하류 상생을 위한 댐 정책 방향, 인천 수돗물 유충사태와 개선방안 등등의 논의도 함께 진행했다. 아울러 최근 5년 이상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아세안 국가들과의 물 관리 분야 협력에 대한 논의도 2개의 주제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일반 참가자 없이 진행된 올해 춘천국제물포럼은 모든 논의내용이 온라인으로 공개되어 유튜브 춘천국제물포럼 채널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물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과 의제 발굴을 위한 논의가 계속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민간물포럼으로서 춘천국제물포럼의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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