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천 (춘천 녹색평론 독자모임 회원)

역사 시간에 마디가 있다면 60년대 생들은 현대사에 어떤 시대정신을 현실화시켜 매듭을 지어 왔을까? 첫째는 60년대 생들은 엄혹한 군사정권이 지배한 1980년대에 앞장서서 군부독재 권력을 무너뜨리고, 3년 전 국정 농단을 일삼던 권력자를 끌어내리는 탄핵 정국에서 민주주의 실현의 정치적 주체 역할을 했다. 둘째는 비록 97년 쓰라린 IMF 구제금융 겪었지만, 70년대 ‘잘살아 보세~’ 식 국가 주도 경제성장의 주된 동력으로 일했다. 한국사회가 튼튼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반도체, 자동차 수출 호황으로 코로나 위기에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며 전쟁 없이 풍요로운 시기를 건너오게 했다. 셋째는 신자유주의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적 욕망을 추구하며 정신없이 살아왔다. 내 집 마련 꿈에 은행 돈 당겨서, 돈을 땅과 주식에 묻고 자산 거품 부풀리고 자산소득 증가를 학수고대해 왔다. 

행복과 불행은 같이 온다고 성장의 뒤안길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져 급기야 양극화라는 현상을 낳았다.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60년대생의 자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데 양육의 토대인 사회복지 망이 미흡하기 짝이 없어 출산율은 0.92명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 미래세대가 불안전한데 국부와 성장과실을 누구와 나눈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데 70년이 걸렸다. 민주와 사회정의라는 가치를 현실화하는데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60~80년대 기간 동안 독재 전횡을 일삼는 군부 국가 권력에 치를 떨며 민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함정을 받아들였다. 민간 자율 신자유주의 정책을 선호하며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국가 자산 매각에 환호했다. 국가 예산 적게 쓰는 작은 정부가 좋은 국가라고 모두 합창했다. 그 결과 민주화로 국가 권력자의 권한이 축소되자 경제부처, 검찰, 언론 등 곳곳에 새로운 절대 권력이 탄생했다. 엘리트 집단은 공공의 국가 역할을 밀어내고 능력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집단 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공고화하였다.

코로나 보건위기로 내수 가계지출 성장이 -4%로 떨어져 버렸다. 카드대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 경제 위기로 대한민국의 경제의 누적된 폐단 이른바 적폐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낯을 드러낸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적폐란 정치 진영 간에 맞선 정치 전선의 대립이 아니라 경제 약자에게 국부의 분배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60년대 생들은 사적 권력과 싸우는 일이 사회적 사명이라 느꼈듯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모두를 위한 나랏돈’을 풀게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택 소유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모두를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도, 비정규직이 되어도, 자영업에 실패해도 생존이 보장되고 약자를 보듬는 네트워크 만들기를 시대 담론화해나가고 있지만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가 본위’와 정치 주체로서 ‘공화적 시민’ 그리고 각자도생이 아닌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일’이 우리 세대의 마지막 소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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