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강원도가 추진중인 강원국제전시컨벤션센터 사업이 지난 4일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 도에 따르면 이번 심의를 앞두고 이전에 신청할 때보다 사업 규모를 일부 축소한 점,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강원도에만 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없다는 점, 2018년 기준 강원지역 마이스 개최 건수가 전국 4위라는 점 등이 반영되어 이번 심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업 규모의 일부 축소를 통해 과연 경제성이 개선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과거 경제성평가에서 비용 대비 편익분석이나 재무분석에서 0.33, 0.34 정도의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 1천816억 원에서 이번에 1천490억 원으로 사업비 규모를 일부 축소했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0.49에 불과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다.

도가 주장한 2018년 기준 전국 4위의 마이스 행사 개최 실적이나 향후 전망도 경제성 평가에서 반영했음에도 경제성이 매우 낮게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행안부 심사를 통과했다니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강원도에는 컨벤션센터가 없으니까 한다?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이고 매우 비상식적이다.

우리나라에 규모 있는 전시컨벤션센터만 이미 18개나 되고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나 제주, 여수 등의 경우에는 적자 규모 확대로 민간 매각이나 시민주 매각 논의도 있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든 위탁하든 수년 만에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전시컨벤션센터 적자를 지자체가 보전하면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적자는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다. 제주의 경우 지난해 8월까지만 180여 건의 행사가 취소되어 70억 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고, 김대중컨벤션센터도 지자체 지원에도 불구, 4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거라 한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지으면서 초래된 결과를 뻔히 보면서도 이 레드오션에 뛰어들겠다는 도 집행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재정자립도가 25%에 불과한 도가 1천490억 원의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3천169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고, 올해도 1천975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컨벤션센터를 짓겠다고 894억 원의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하고, 토지 매입한다고 596억 원의 예산을 또 편성하겠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알펜시아만 해도 8천억 원에 가까운 빚에 하루 이자만 4천만 원이라고 한다. 이미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에 2천500억 원이 넘는 도민 혈세를 쏟아붓고서 또다시 1천490억 원에 이르는 경제성도 없는 컨벤션센터를 강행하는 것을 보고, 누가 제2의 알펜시아가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결과는 고스란히 도민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다. 무리한 사업 때문에 다른 부분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노인, 장애인, 아동, 청소년 등등 상대적 취약계층의 지원사업은 물론, 문화예술과 지역경제의 많은 사업에서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 미래의 부담일 뿐만 아니라 현재진행형 부담이라는 것이다.

그간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수천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불공정한 협약으로 불합리한 책임만 떠안은 것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해 버린 도의회의 책임이 매우 크다. 국제전시컨벤션센터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추가 예산편성이나 지방채 발행 모두 도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만큼은 감시와 견제의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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