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 교과 진도표를 보니 〈어머니의 마음〉, 〈아빠 사랑해요〉, 〈몇 천 번을 불러도 더 부르고 싶은 말〉을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감사의 마음을 가르쳐 주는 주간이라 알려준다.

〈어머니의 마음〉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노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설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들도 막상 이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하면 제대로 잘 부르는 사람이 드물다. 가사가 잘못되었거나 리듬이 틀리다. 작정하고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한번 불러 보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고, 정작 내 부모님 앞에서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한 번도 선물로 안겨 드리지 못했었다는 걸 깨닫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요즘은 어버이날로 명칭이 바뀌었으니 〈아빠 사랑해요〉라는 노래도 새로이 작곡되어 나와 있고 멜로디가 예쁜 ‘몇 천 번을 불러도 더 부르고 싶은 말’이라는 노래도 있으니 아이들이 선택해서 부를 수 있겠다. 그래서 수행평가라는 타이틀을 이 노래 앞에 붙이기로 했다.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로, 악기로 연주하고 싶은 사람은 악기로, 수화면 수화 무엇이든 이 노래 중 한 곡 이상을 자신이 직접 연주하고 영상을 만들어 부모님 혹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분께 보내드리기. 언제나처럼 아이들은 난색을 표한다. 그걸 어떻게 하냐며 손사래질을 하는 아이도 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하지만 정작 표현하려면 얼마나 쑥스러운지….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각종 데이(day) 자가 붙는 날이면 이 교실에서 저 교실로 남친과 여친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케이크에 꽃다발, 편지에 풍선, 각종 이벤트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인데도 부모님께 무언가 마음을 전하는 일은 힘든가 보다. 그것보다는 수행평가가 부담스럽고 노래를 부른다는 일이 쑥스러운 거겠지. 아직 우리 문화가 직접 연주해서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문화인 거고 수행평가가 평가의 개념으로 더 익숙하다는 거다. 수업시간에 내가 만난 아이들은 다행히 각 반에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이 꽤 있고, 아이들이 모두 충분히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있어서 밀어붙이기로 했다. 수행평가 예고 후 첫 번째 시간에 어버이날 나의 프로젝트를 직접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아이들은 몇 명씩 조를 만들기도 했고, 혼자서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 일사천리로 해치운다.

“얘들아 나도 엄만데, 부모는 너희들이 노래를 못 불러도, 음치라도 부르다가 틀려도, 내 아이가 무언가 내게 마음을 전하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니까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드리고 싶은 마음만 표현해 보렴! 음악은 마음을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란다.”

내 이야기에 크게 고개를 끄덕거려 주는 아이들. 가끔은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라고 정해진 날이 참 고맙다. 평소에 바삐 지나느라 못한 말을 할 수 있는 날. 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고 그것을 잘 써먹으라고 가르쳐 줄 수 있는 음악선생이라는 내 직업이 참 좋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무수한 이야기들 속에는 많은 노래들이 있다. 그때마다 진열대에서 하나씩 골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참 부자다.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부모님께 드리려고 준비하는 아이들은 이번 어버이날에, 건네고 나서 자신들의 마음이 더 두근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의 수행평가 점수는 이미 만점이다. 음악 사용설명서는 따로 없다. 내가 좋거든 특별한 느낌으로 표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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