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번 산 고양이 | 사노 요코 글·그림 | 비룡소

100만년을 산 멋진 얼룩고양이가 있었습니다. 100만 번 죽고 100만 번 살았던 것이지요.

한때는 임금님의 고양이, 한때는 도둑의 고양이로 수많은 사람이 얼룩고양이의 주인이 되어 사랑을 주었고 고양이가 죽었을 때는 펑펑 울며 묻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길고양이가 되었을 때 비로소 행복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런 자신에게 다른 암고양이들과는 다르게 눈길도 안 주는 하얀고양이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하얀고양이와 가족을 일구고, 언제나 곁에 있었는데 자기 자신보다 하얀고양이와 새끼고양이들을 더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하얀고양이가 할머니가 되어 숨을 멈추었을 때 100만년 동안 한 번도 운 적 없던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몇 번이나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울던 고양이는 어느 날 울음을 그치고 하얀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가 되살아나지 않은 건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이겠지요. 자기 주도적인 인생, 진실한 사랑, 삶의 소중함과 죽음의 가치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여운이 긴 그림책입니다. 누군가의 고양이가 아닌, 사랑하는 이와 귀여운 자식들을 기르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의 순간임을 100만 번 죽고 나서야 깨달은 고양이 동화를 읽으며 평범한 행복의 순간들을 곱씹어봅니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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