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보는 마음 / 김성호 지음 / 풀빛

때죽나무꽃이 별처럼 지고 연두 새잎 돋는 오월, 아이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다.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급식소에서도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다. 몸의 방역 못지않게 마음 방역을 지키는 일은 더없이 소중하다. 위기의 시대를 직면하며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함께 읽기를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키워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자연 속 다양한 생명체들처럼 살벌한 경쟁과 스트레스는 벗어던지고 나만의 장점을 갈고 닦으며 세상이라는 큰 숲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길을 안내받으면 좋겠다.

《생명을 보는 마음: 생명과학자의 삶에 깃든 생명 이야기》는 김성호 생태작가가 자연과 함께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작가는 지리산과 섬진강, 때로는 강원도 화천의 숲과 철원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60여 년 동안 자연과 함께했다. 삶 속에서 만난 동물, 식물, 미생물까지 아울러 모든 생명체에게 바치는 따듯하고 겸손한 작가의 헌사가 눈물겹다. ‘새 아빠’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새에 빠져 살며 그들을 바라보고 기록한 책들을 다수 펴냈고, 생명에 대한 철학을 담은 책도 여러 권이지만, 이 책은 작가가 한 생애를 바쳐 그들의 삶을 함께하며 바라본 생명에 대한 기록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지난해 늦가을, 책 출판과 함께 온·오프믹스 저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김성호 작가의 진정성과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은 시적인 감동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부모가 학교도서관에서 공공도서관에서 김성호 작가의 다른 저서와 함께 만남의 장도 열면 좋겠다. 무심코 책장만 펼쳐도 책 속 구절구절과 사진이 우리가 잊었던 자연의 품 안으로 안내한다. 나아가 다르게만 여겼던 다양한 생명체를 똑같이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 눈을 갖게 한다. 다정하고 따듯한 마음의 눈이다. “보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도 생명은 있다. 보이지 않는 생명과 다른 모든 생명이 서로 이어져 있다. 연결 고리의 어딘가에 우리 인간도 서성이고 있다.”(김성호, 《생명을 보는 마음》)

이 책을 읽고 인류 역사는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이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에워싼 생명체들에 세심한 애정을 갖게 되면 좋겠다. 거리두기 일상화 시대, 청소년들이 환경문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삶 속에서 실천을 모색하길 바라며, 질문을 품는 책읽기가 되도록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읽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본다. 레베카 솔닛이 말한 재난 속에서 오히려 이타주의라는 인간 본성과 연대의식을 경험하고 ‘재난 유토피아’를 더불어 만들어가면 좋겠다.

한명숙(봄내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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