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래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
[기자수첩] 고래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
  • 김정호 기자
  • 승인 2021.06.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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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고래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 역시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울산지법 형사2부 유정우 판사가 지난 1월 밍크고래 불법포획과 관련한 재판의 판결문 마지막에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고래 불법포획의 주범인 선장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보통 초범은 벌금형이나 징역 1년 미만의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재범도 실형 1년 미만이다. 몇 천만원의 작은 이익을 위해 미래의 더 큰 가치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불러일으켰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는 판결문에서 “큰 고래 한 마리는 일생 동안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고래에게 흡수된 탄소는 고래가 죽더라도 수백년간 고래 사체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고래 개체수는 전세계적으로 약 130만마리로 추산되는데, 상업포경 이전 개체수로 추산되는 약 400~500만마리가 현재에도 있다고 전제한다면 연간 17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더 포집할 수 있다. … 17억톤은 지난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390만톤의 4%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IMF는 큰 고래 한 마리의 가치를 200만달러(22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 피고인들이 포획한 밍크고래 거래가격은 7천만원이다. 인간의 소탐대실이다. … 2010년 미국 메인대학 엔두루 존 퍼싱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포획으로 고래가 사살되면서 약 1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방출됐다. 이는 온대림 13만㎡가 소훼(燒燬)되거나 미군의 지프 험비 12만8천만대가 100년 동안 쉬지 않고 주행하면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고 한다. … 이미 해양환경은 넘쳐나는 플라스틱, 화학물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고래 등 해양동물들의 생존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고래포획이 허용된다면 고래 개체수의 회복 불가능한 감소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고래가 바다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그 바다는 여전히 인간에게 쓸모 있고, 유용할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판시했다.

고래의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법포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세플라스틱도 해양생물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

호주 머독대학 엘리자 케마노프 교수는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 저널》에서 “5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은 고래는 물론 상어, 가오리 등 다른 대형 동물들의 소화기관을 파괴하고 영양흡수량을 줄여 이들 생물을 중심으로 한 바다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생물들이 플라스틱 독성으로 인해 성장 부진과 함께 번식활동이 줄어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바다생물이 수온 상승, 미세플라스틱 흡입 등 환경공해 요인으로 인해 감소해왔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긴수염고래, 고래상어, 쥐가오리 등 바다 생태계 최강자도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연간 플라스틱 컵 사용량 33억개,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100kg 이상일 정도로 플라스틱 대국이라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에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하루 평균 5천438톤으로 2019년보다 약 11.2% 정도 증가했다. 생태계 안정을 위해서라도 한번 만들어진 물건이 쉽게 버려지지 않도록 수선 및 재활용이 가능하고 재사용이 쉬운 제품이 더 많아져야 한다. 또한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는 물론 일회용 용기가 아닌 여러 번 쓸 수 있는 다회용 용기 사용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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