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고등학교 2학년 허남규

핌프 렙타일 스태프이자 크레스티드 게코(crested gecko) 전문 브리더를 꿈꾸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좋아했어요. 크레를 제대로 좋아한 것은 올해 2월부터고요. 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유튜브를 보다 우연찮게 알게 됐어요. 다른 파충류는 공부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관심이 없고 크레를 정말로 좋아해요. 애기 때랑 성체가 됐을 때가 완전히 달라서 예상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모양이 가지각색이어서 똑같이 생긴 애들이 없고요. 생명력이 강해서 15년까지도 살 수 있어요.”

크레스티드 게코는 도마뱀붙이과의 파충류로 한국 파충류 시장에서는 크레라고 불린다. 브리더(breeder)란 보다 가치 있거나 우수한 개체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크레의 브리더를 꿈꾸는 허남규 학생의 애정 가득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귀찮아지는 중간 과정이 힘들어서 보낸 아이들은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말씀드려 키웠어요. 거북이, 햄스터, 물고기(구피, 네온테트라 등), 사슴벌레, 고슴도치, 병아리, 철갑상어를요. 키우는 초반에는 너무 좋은데 중반쯤 가면 귀찮아질 때가 있어요. 그 과정이 지나가면 또 귀찮지가 않아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이 중간 과정이 싫어서 다른 곳으로 보낸 아이들은 없어요.”

뭔가 느려 보이는데 생각보다 빠르다는 거북이를 욕조에서 2~3년 키웠고 계속 만져줘서 거의 가시를 세우지 않는 고슴도치, 이빨이 없어 꿀꺽 한입 크기의 먹이를 먹는 철갑상어(4~5살 때 기억)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알바도 하고 시장조사하면서 눈을 키우고 있어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유튜브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파충류 카페, 네이버 등에서 정보를 찾고 있어요. ‘얘는 괜찮은 녀석이다!’ 이런 구별 능력을 키워가는 중이에요. 핌프 렙타일 숍에서 스태프로 알바하고 있어요. 충식(蟲食)을 하는 레오파드 게코를 분양하러 갔는데 크레를 소개해주셨어요. 크레는 벌레를 안 먹고 슈퍼푸드(영양소가 들어가 있는 가루를 물이나 요플레에 타서 이유식처럼 줌)를 먹는 점이 좋다고 하셨어요. 성체를 만져봤는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바로 분양받아서 왔어요. 인터넷으로 파충류 숍을 검색해서 찾아갔고 매주 토요일에 알바를 하다 요즘은 시간될 때마다 가서 일 배우고 도와드려요. 스태프하기 전에 일주일에 4번 이상 가다 보니까 사장님이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먹이주기, 물 뿌려주기, 사육장 청소, 알 검사 등이요. 저 포함 3명이 춘고 학생이에요. 그 중 한 친구는 관심이 많아서 이쪽 분야가 꿈이에요.”

멸종위기 취약 등급으로 평가되는 크레스티드 게코

‘브리딩한다’ 하면 수입은 필수에요

“국내뿐 아니라 외국 크레들을 보면 다양한 애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수입을 통해 다양하게 받는 거죠. 저는 내년 말에 브리딩을 시작할 거고 개체수를 늘려가려 합니다. 도·소매로 보내거나 가능하다면 수출도 해보려고요. 수출·입 방법은 아직 몰라요. 배우고 있는 사장님께 도움 요청하고 인스타, 페북 등 해외 브리더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서 시도를 해봐야겠죠. 국내외 유명 브리더들에게 배웠으면 좋겠어요. 사업 해보고 싶어요. 취미만으로 괜찮겠다 싶었는데 일해보니 다른 직업이 있을 때에는 세심하게 신경 쓸 수가 없겠더라고요.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사업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어른들도 많이 찾아요

“재테크가 되는 도마뱀이에요. 인기가 많아서 잘 분양되는 편이거든요. 베이비가 7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가요.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부르는 게 값인 아이들도 있어요. 레터럴(옆구리), 도살(등), 체형, 색의 조화 등으로 뛰어난 애를 구별해요. 파이어 업(최고의 색감을 보여줄 때)과 파이어 다운(원래 평상시 색깔)도 중요한 요소에요. 환경에 따라 색깔의 변화가 있거든요. 베이비일 때는 암수 구별이 어려워서 1년 6개월부터 가능하고 여러 요소로 달라져요.”

그 무언가(?)를 고민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은 좋아하는 것을 취미뿐 아니라 전문적인 꿈으로 그려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실제를 담아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인스타 홍보, 유튜브 제작(소개, 사육정보, 성장과정 촬영), 네이버 블로그 운영, 수출·입을 통한 분양이 고민거리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수입이 어려워져 국내에 도마뱀이 부족해요. 여기서 낳아 해외로 분양하고 수입도 해서 분양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파충류들도 공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걔네들을 데리고 와도 바로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작성해보고 있어요. 크레를 키우면서 노하우가 생겼어요. 아침·저녁으로 물을 벽면으로 줬는데 탈피를 못 하는 거예요. 밤에만 줘도 안 되고, 껍질이 달라붙어서 탈피를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물을 아침에 껍질에 한 번 줬는데 탈피를 잘하더라고요. 먹이를 안 먹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 등도요. 설명서대로만 주면 잘 안 먹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나만의 노하우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브리더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쭉 갈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제 브리딩한 아이들을 넘겨줄 때 엄청 뿌듯할 것 같아요. 공부하면서 학원을 다니기는 해요. 그런데 다른 애들이 놀러갈 때, 게임할 때 저는 시간을 내 숍 가서 배워요. 친구들하고 요즘에는 놀아본 적이 없어요. 요즘에는 이 일이 재미있으니까 별로 놀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부모님도 공부 소홀히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응원해주고 계세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보라고요.”

얘네들이 좋아서 즐겁게 하고 싶어요

“브리딩이 돈으로 안 보이고 얘네들이 좋아서 즐겁게 하는 것이면 좋겠어요. 베이비들이 예쁘게 나오면 뿌듯한데 정말 갖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선뜻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지속하고 싶어요. 암수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좋아요. 암수를 다 알면 계획대로만 가니까요. 계획이 틀어지기도 해야 새로운 계획이 생기잖아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어요. 목표 없이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오히려 더 불안할 것 같아요. 어느 회사를 들어갈지, 심지어 뽑아줄지도 모르잖아요. 저는 그렇지 않아요. 좋은 대학 간다고 좋은 회사 들어가는 법은 없으니까요. 생명과학분야를 공부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이 분야에서 원 탑이 되고 싶어요

“이 사람이 말했으면 맞다! 이 도마뱀을 얘기하면 제 이름이 생각나는 그런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크레 하면 내 이름이 생각나게 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단순히 노하우가 있다고 치부하기에는 모든 것이 귀한 예비 전문가의 경험이었다. 정해진 답을 배워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것을 찾아가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젊은이의 ‘이유 있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아, 맞다! 얘네 야행성 맞아요. 밤에 불을 꺼놓으면 나오고, 켜면 들어가요. 햄스터가 야행성이라는데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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