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

가물치는 스네이크 피시(snake fish) 또는 snake head라고 하는데, 뱀의 머리 형상을 닮아 이렇게 불린다. 한의학에서는 예어(鱧魚) 또는 여어(蠡魚)라고 불린다. 조선 세종 때 완성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향명(鄕名)을 가모치(加母致)라고 하여 임산부에 좋다고 칭하며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전국의 저수지나 호수, 강 등에서 서식하고 있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지금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옛 우두벌) 아래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여름 장마로 논에 물이 넘치면 동네 친구들과 손으로 논바닥을 훑으며 붕어나 미꾸라지를 잡았다. 그때 갑자기 물살을 일으키며 빠르게 움직이는 고기가 있어 여러 명이 몸을 던져 잡았다. 그놈이 가물치였다. 옷은 홀딱 젖었지만 잡은 가물치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가던 친구의 뒷모습이 부러웠다. 이처럼 가물치는 춘천에서 친숙한 물고기였다.

칼슘과 단백질의 함유량이 높아 고단백식품으로 알려졌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은 없으며 부은 것을 내리고 오줌이 잘 나가게 하며 치질에 사용했다. 그 외 한센병에 사용했고 가물치 쓸개는 목구멍이 부은 데도 쓰였다. 각기병(무릎병)에는 회를 쳐서 늘 먹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기생충 중 유극악구충의 제2중간 숙주로 날회는 주의해야 한다.

《향약집성방》에는 예어탕(鱧魚湯)이라 하여 가물치를 물에 삶아 건져내고 한약재를 넣어 달여 갑자기 얼굴과 몸이 붓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대변이 굳고 기가 치밀어 숨이 찬 데 사용했다.

한의학 고서인 《본초강목》에서는 여자 보혈에 좋다고 기재되어 있다.

민간에서는 출산 후 젖이 잘 나오지 않은 산모에게 푹 고아 먹여 산후 몸조리 식품으로 복용했다.

성질이 차기 때문에 평소 몸에 열이 많거나 더위를 잘 타는 사람에게 좋다. 반대로 평소 속이 냉하고 추위를 잘 타며 설사를 잘하는 체질에는 좋지 않다.

이시형(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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