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영주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에서 발주한 치매예방산림치유 프로그램 효과검증 연구수행 때의 일이다. 춘천시 거주 65세 이상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6박 7일간 숲에서 숙박과 식사 및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전·사후 생리지표 및 심리검사, 인지검사를 진행했다. 연구 최종 보고서 발표 때 가장 먼저 받은 질문이 “숲에 가면 건강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였다. 굳이 프로그램이 필요한가? 할 법한 질문이다.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숲에 간다고 누구나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20명 중 15명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사전보다 사후에 현저히 떨어졌고 이는 예측된 다수의 연구 결과와 동일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결과는 예측가능한 범주에 들지 않은 5명의 데이터였다. 영양사가 균형을 맞춰 짜놓은 식단을 제공하고, 쾌적한 숙소와 매일 2~3회 산림치유 프로그램까지 제공받았다면 생리지표가 좋아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그렇지 못한 5명에게 우리는 주목했다. 5명 중에는 부부가 한팀 있었고 나머지는 친구관계였다. 심층면접 결과 부부는 저녁 자유시간 이후 의견충돌로 부부싸움을 했고, 이후 계속 냉전이었다. 친구관계였던 3명은 한 친구의 심한 잔소리로 머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은 6박7일 내내 불만을 토로했다. “왜 내 방 TV는 작으냐? 왜 오늘은 수치료를 조금 하느냐?” 등등. 

이 5명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마음이다. 만족하지 못한 부정적 마음 상태가 세상 좋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내 마음 편한 곳이 천국이요, 내 마음 불편한 그곳이 바로 지옥일 테다. 피톤치드도, 아름다운 경관도…. 그 어떤 치유자원도 마음을 열지 못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숲을 찾은 사람들이 온전한 쉼과 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조력하는 사람이 산림치유지도사이며 그런 활동이 산림치유인 것이다. 

산림치유 교과서에는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산림치유 효과는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다고 명시되어 있다. 산림치유지도사의 성향에 따라, 진행되는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치유 효과는 달라진다. 산림치유지도사들이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대상자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여 대상자에 따른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하는 이유다. 참여자들이 마음을 열도록 돕고,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보편적 효과를 얻기 위해 공통 매뉴얼이 필요하다. 

산림치유에서 빠질 수 없는 프로그램이 명상이다. 명상은 이미 과학, 의학의 범주에서 그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쉽지는 않다. 다년간의 수련이 필요한 종교 너머의 영역처럼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필자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경험해 본 명상은 ‘이완조절’이다. 생각을 비우고, 몸과 마음이 이완된 시간을 늘려가는 연습이다. 좀 더 쉽게 무념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호흡에 집중하거나, 맛에, 소리에, 걸음에 집중한다. 곧 호흡명상, 소리명상, 향기명상, 걷기명상이다. 자, 숲이 들려주는 소리, 숲의 냄새, 숲의 공기를 들이마심에 집중하며 숲을 만나 보자. 먼저, 마음을 열고.

임희경 (산림치유지도사 1급/(사)강원산림치유복지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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