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취약한 농민과 노동자에 대한 지원과 대책 절실해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춘천의 평년 최고 기온, 최저기온, 연평균기온은 모두 상승해왔다. 지난 1980년 여름 평균기온은 22.3도, 최고 기온은 33.2도였다. 반면, 지난해에 평균기온은 24.7도, 최고 기온은 36.4도를 기록했다. 평균기온과 최고 기온 모두 40년 전보다 2도 이상 올랐다.

고은리의 60대 안 씨가 폭염으로 녹아버리거나 자라지 않는 상추를 보며 한숨 짓고 있다. “그늘막을 해도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가 40도에 이르고 한낮에는 50도를 넘는다. 더워서 일하기 힘든 것보다 수확할 것이 없는 게 더 답답하다”라고 말한다.

2018년 여름에는 역대급 폭염이 강타하며 춘천의 찜통더위를 일컫는 신조어 ‘춘프리카’(춘천+아프리카)가 생겨나기도 했다. 1966년 관측 이래 55년간 최고 기온 36도를 넘긴 해는 총 14번으로 평균 4년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 8월 첫째 주까지 올해 춘천의 폭염일수는 18일이다. 1991~2020년 30년 동안의 평균 폭염일수 11.4일을 넘어섰다. 해마다 반복되고 늘어가는 폭염에 대응해 노동자와 농민을 보호할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다. 지역의 농민, 건설현장노동자, 택배기사 등을 만나 폭염 속 근황을 들었다.

■ 폭염 속 타는 농심 

지난 4일 오전 10시경 고은리 농가 비닐하우스 농가를 방문했을 때 60대 안 모씨는 폭염으로 녹아버린 비닐하우스의 상추를 보여주며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상추가 폭염으로 다 타서 작황이 최악이다. 그늘막을 해도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가 40도에 이르고 한낮에는 50도를 넘는다. 더워서 일하기 힘든 것보다 수확할 것이 없는 게 더 답답하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이용석 고은리 이장은 “농민들 대부분 낮에는 일하지 않고 아침 5~10시, 오후 5시부터 심야까지 일한다. 요즘 한창 토마토 순따기 작업을 하는데 너무 더워서 작황이 안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토마토 재배로 유명한 신북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덕암토마토 김두한 대표는 “토마토 2모작을 하는데 지난 6월에 한 차례 출하하고 두 번째 토마토를 심어 9월 말에 출하할 계획인데, 지금이 한창 자랄 시기이지만 폭염 때문에 착과가 잘 안 되니 수확량이 많이 줄 것 같다. 토마토는 야간온도가 12도 정도라야 품질이 좋은데 열대야가 심해서 품질도 걱정이다. 일손도 부족하다. 외국인 노동자 한 명과 같이 일하는 데 코로나 때문에 더 구하기도 어렵다. 한낮에는 쉬고 아침과 저녁에만 일한다”라고 말했다.

싱그런협동조합의 이자형 이사는 “농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 대부분 폭염 때문에 일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해마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농사를 예측할 수 없는 게 더 힘들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기상이변이 더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아열대 작물로 바꿀 수도 없고 올해 농사는 최악이다. 스마트팜이 대안일 수 있지만 가족농에게는 비용부담이 크다. 특히 첨단시설이기에 연령이 높은 농업인들은 익숙하지 않고, 지원도 대부분 청년 농업인에게 우선된다. 그늘막 자동개폐기나 스프링클러라도 지원이 된다면 그나마 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퇴계동 H마트 3층 창고에는 선풍기만 2대

퇴계동의 H마트에는 입점업체 소속 50~60대 여성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매장에서 주로 일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3층 창고에서 일하는 시간도 많다. 하지만 3층 창고에는 대형·소형 선풍기 단 2대만 가동될 뿐 냉방시설이 없다. 간혹 방문하는 외부거래처 남성 직원들도 창고에서 짐을 옮기고 나면 옷이 모두 땀에 젖는다고 말한다. 입점업체 소속 노동자 A씨는 “입점업체 소속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중장년 여성들이라 많이 힘들다. 몸무게도 확 줄었다. 외부거래처 사람들도 이곳 창고에서 일하기 힘들어한다. 마트 측은 가건물이라서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다고 한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 숨이 턱턱 막히는 건설현장

한낮 기온이 34도에 이른 지난 5일 오후 2시, 약사동의 아파트 공사장 100여명의 노동자들은 외부 공사작업은 멈추고 실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작업반장 50대 A 씨는 “평균 250여 명이 일하는데, 휴가 시즌이라 100명 정도가 실내 공사를 하고 있다. 여름에는 보통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오후 2~3시에는 휴식을 취한다. 오늘처럼 실내작업은 계속한다. 여기는 그나마 이름있는 곳이라서 휴식도 하고 그러지만 그렇지 않은 소규모 공사현장은 공기를 맞춰야해서 쉬지 못할 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근 소규모 공사현장에는 34도에 이르는 뙤약볕 아래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휴식을 취하지 않냐는 질문에 공사 관계자는 “쉴 거 다 쉬면 제때 공사 못 끝낸다. 이온 음료를 많이 마시고 교대로 잠시 그늘에 머물다 오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5일부터 20일까지 폭염 대응 특별주간으로 지정해 폭염 위험 상황에 대한 특별신고제와 ‘강제 작업중지’ 대책을 시행한다. 현장에서 근로자가 물과 그늘, 휴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고용부에 신고하면, 고용부가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 지시를 내린다.

작업중지가 이뤄져야 하는 곳은 기상청의 폭염경보 이상 단계에서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하는 사업장이다. 이 사업장에서 온열 질환 의심 증상을 보이거나 호소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사업주는 옥외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만일 작업중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인 사업주의 작업중지 조항에 따라 작업중지를 지시한다. 이를 어기면 사법처리 된다.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발주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공사 기간 준수 등을 위해 무리하게 작업하지 않도록 한다. 관련 법규에 따라 폭염으로 발주 기관이 공사를 일시 정지할 경우 정지한 기간만큼 계약 기간 연장이나 계약 금액 조정을 할 수 있고 시공이 지체된 기간에 대한 지체상금도 면제할 계획이다.

■ 택배 물량 급증·무더위… 택배기사 이중고

동면 일대를 담당하는 택배기사 40대 황 모씨는 오전 9시경에 첫 배송을 시작해서 밤 7시까지 하루 두 차례 배송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배송 물량이 예년보다 20%가량 늘어 쉴 틈이 없다. 탈수증세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자주 마시는 거 외에는 특별한 폭염 대책이 없다고 한다. 최근 택배노조 파업으로 인해 “춘천지역 대형 택배업체들은 택배기사들이 직접 ‘까대기’(분류작업)를 하지 않게 되어 그나마 나아졌지만 주5일제, 혹서기 휴가, 휴게공간 개선 등 개선할 점은 아직 많다. 최근 폭염 기간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일반 주택단지나 빌라 상가 등을 다닐 때는 숨이 턱턱 막힌다”라고 말한다.

택배연대노조 춘천지회는 지난 27일부터 본격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36조 3항에 따르면, 택배사는 혹서·혹한·폭우 또는 폭설 등 기상악화로 생활물류서비스종사자의 활동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종일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