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헌엔 ‘청평산’ 또는 ‘경운산’으로 표기… 1960년대부터 오봉산으로 표기

춘천시가 ‘오봉산’을 ‘청평산’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찾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최근 시가 춘천문화원과 춘천학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오봉산의 명칭을 청평산으로 바꾸기 위한 학술적 근거를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오봉산의 명칭 변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봉산이 춘천과 화천에 걸쳐 있어 화천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동의를 얻어도 강원도지명위원회와 국가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명칭이 변경되면 오봉산 안의 사찰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동여지도》(1861년)에는 문수사(청평사) 주변 산 이름이 ‘청평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출처=국토지리정보원

춘천시의회에서 ‘오봉산’ 명칭 문제 제기

제310회 춘천시의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의 ‘오봉산’ 명칭에 대한 지적으로 명칭 변경에 대한 조치로 명칭의 학술적 근거 찾기를 시작했다.

이대주 시의원은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오봉산이란 이름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1960년대 초 행정편의에 의해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산을 바라보았을 때 외견상 다섯 봉우리가 보여서 이렇게 이름을 명명했다고 들었다. 조선 시대에 작성된 문헌에 청평사와 관련해 공통으로 표현되는 산 이름이 ‘청평산’이다. 심지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지도에도 ‘청평산’의 옛 이름인 ‘경운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근원도 없고 정체성도 없는 오봉산이란 이름을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오봉산은) 역사적으로 ‘청평산’과 ‘경운산’으로 불렸다. 국토지리정보원 확인 결과 오봉산은 1961년 4월 22일 고시된 지명으로 지명대장에 유래는 기록돼 있지 않다. 당시 전국에서 8만 여 건의 지명이 고시되며 지명위원회에서 심도는 있는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 관계자는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지 않으면 청평사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오해가 소지가 있다”며 “춘천시문화원의 협조를 받아 관련 연구를 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펼칠 계획이다. 또한, 화천군청과 화천문화원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설명 및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8월 말에 청평산 관련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강원도지명위원회에 지명변경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봉산’의 제 이름인 ‘청평산’으로 바꿔야

시민들은 1970년대 이 고장의 산악인들이 산에 다섯 봉우리가 줄지어 있어 ‘오봉산’이라고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허준구 춘천학연구소 소장은 지적하고 있다.

청평사를 자주 찾는다는 박 모(58·퇴계동) 씨는 “예전에 청평사 주변에서 살던 어르신들은 동네에서 경운산이라고 불렀는데 한국전쟁 당시 군사지도를 만들며 오봉산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남 모(74·북산면) 씨는 “한국전쟁 끝나고 60년째 청평사 주변에서 살고 있다. 그냥 동네 어르신들은 청평골이라고 하고, 산은 청평산 또는 경운산이라고 했던 기억 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청평사 주변이 유원지로 조성되며 오봉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오봉산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허 소장은 “유엔군이 군사지도에 ‘Five Mountain’으로 명기되어 있다고 한다. 오봉산이라는 이름은 1967년 지도에 처음 명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이름이 아니다. 자연풍광과 치유의 회복력은 ‘청평산’이 영서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정주의식을 강화하는데 제일가는 것이 ‘청평산’이다. 고려시대 이자현 선생이 부귀와 명예를 내동댕이치고 평생을 마음을 다스리는 도량으로 삼은 곳이 청평산이다. 그는 고려 중기, 고려를 대표하는 귀족 출신으로 ‘날아가던 새도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의 권세와 부를 거머쥔 집안 출신이다. 청평산으로 불리기 이전에는 ‘신비로운 구름이 감돈다’는 뜻을 지닌 경운산(慶雲山)으로 불렸다. 이자현이 이곳에 들어오며 사나운 짐승은 자취를 감추고 도적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운산은 ‘청정하고 평화로운 산’이란 뜻의 청평산으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예로부터 경운봉과 향로봉, 부용봉을 합쳐서 ‘청평산’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청평산을 문헌 근거 없이 오봉산으로 부르고 경운산을 오봉산 남동쪽 아래 있는 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한 영지에 비친 청평산 부용봉을 청평산과 관련 없는 동북쪽 봉우리에 표기하고 있다. 이는 옛 문헌 ‘청평산은 향로봉·부용봉·경운봉 등 세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고, 영지에 비추는 봉우리는 부용봉’이라는 기록과는 전면으로 배치(背馳)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잘못된 기재로 순식간에 ‘청평산’이 ‘오봉산’으로 바뀌고 영지의 부용봉과 경운산을 잃어버린 오늘이 됐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력을 주고 있는 ‘청평산’의 이름을 찾는 일과 경운산과 부용봉의 위치를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