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정부는 ‘폐기물관리법’에 이어 199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리고 28년 만인 2020년 순환자원인정, 자원순환성과관리, 제품순환이용성평가, 폐기물처분부담금 등 제품의 생산·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신규 제도를 담은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광역 단위에서는 제주가, 기초 단위에서는 성남시가 가장 먼저 자원순환기본조례를 제정하였고, 이후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자원순환 관련 조례를 제정 및 개정하였다. 

출처=픽사베이

강원도도 2020년 5월 기본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지난 5월 26일 강원도, 강원도민일보, 강원도 주민자치회, 강원도 새마을부녀회, ㈜BYN블랙야크 등 5개 기관 및 단체들은 ‘플라스틱 순환사회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7월 5일 관련 심포지엄을 열었다.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발제도 발제지만, 강원도가 말하는 ‘플라스틱 순환사회’란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달려갔다. 

홍수열 소장은 기조발제에서 ‘닫힌 고리’ 재활용이야말로 ‘찐’ 순환경제이고, 이것이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조건임을 강조했다. 홍수열 박사는 플라스틱 순환체계 구축방안으로 1)생산단계에서의 재질구조 개선, 2)재고물품 폐기금지 및 재사용, 3)발생 후 처리가 아닌 발생이 되지 않게 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1동네마다 1개씩 설립되도록 지원하는 것, 4)배달과 포장 판매에서 일회용이 없는 재사용 도시, 5)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재사용·업사이클센터 설치를 제시하였다. 모두 ‘발생저감’과 관련된 정책이다.

그러나 이날 열린 심포지엄의 목적은 ‘발생저감’이 아니라 ‘플라스틱 순환’에 있었던 것 같다. 고품질 투명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 신소재 이상의 아웃도어를 만들겠다는 블랙야크 측 발제자는 객석의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강원도 새마을부녀회장님도 열심히 모아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나는 지자체의 행정력이 기업의 그린워싱에 이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었다. 투명페트병이라도 모으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결코 나쁜 의도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강원도의 행정이 쓰레기 문제를 공부하지 않아 병의 원인을 모른 채 달콤한 유혹에 빠진 것은 아닌지, 아니면 알면서도 쓰레기 문제와 관련한 손쉬운 퍼포먼스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심포지엄이 열린 지 2주. 7월 19일자 신문에서는 강릉과 춘천, 강원FC 축구팬들이 함께하는 투명페트병 모으기 캠페인 소개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투명페트병이 티셔츠가 된다고 매립장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데 관전만 하려니 참 마음이 쓰리다.

송현섭(환경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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