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세상의 기쁜 말 / 정혜윤 지음 / 위고 펴냄

 세상이 더 시끄러워지고 있다. 원래 시끄러운 곳이지만 10년 전보단 5년 전이, 5년 전보다 지금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10년 전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하지만, 우리가 아는 ‘앎’이란, 겨우 과잉된 자의식과 ‘좋아요’의 상찬 나부랭이뿐이다. 여전히 예쁘게 꾸며진 음식을 촬영하고 나만의 일기장을 세계에 공유하는 일로 일상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SNS에 ‘타자’는 없다. 전 지구를 강타한 역병의 창궐은 우리가 진짜 소통이라 부르는 ‘마주함’조차 불허한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나의 가치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가치와 같다. 내가 살리고 전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나다”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만든 라디오 피디 정혜윤의 신작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혐오와 증오로 가득 찬 파편화된 세상 속,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선한 전염’으로 이어지는지를 담담하게 말해준다.

“다른 의미의 두 창을 보세요. 그 상황에서도 꿋꿋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유리창. 대견한 유리창. 911의 유리창이죠. 그리고 세월호의 우현 선수에 있는 그 유리창. 그 저주받은 유리창. 깨지지 않은 유리창. 두 유리창을 비교해 보세요. 한쪽 유리창은 희망이고요. 한쪽 유리창은 절망이에요. 나는 모르겠어요. 뭐가 깨지지 말아야 하고 뭐가 깨져야 하는지.” 2천749명이 잠든 뉴욕 9.11메모리얼 파크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 성호 아빠는 똑같은 두 개의 유리창에 대한 단상을 조용히 읊조린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황명애 씨의 꿈은 자신이 ‘마지막 슬픈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의 선택은 언제나 세상의 슬픔을 줄이는 곳을 향해 있다. 제주 서귀포시 강 장군 할머니와 성남의 젊은 떡집 여주인, 두 명의 자폐아를 키우는 빠삐용(아이가 매일 집을 탈출한다.)의 아버지, 1999년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의 두 범인 에릭과 딜런의 얘기까지, 작가는 평범한 우리네 주변 군상들의 ‘나’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우리’가 되는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진정한 힘을 따뜻한 언어로 추적한다.

슬픈 세상의 가장 기쁜 말 ‘연대’ - 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일로 알게 된 모든 것을 당신께 알려 드릴게요. 온 힘을 다해 당신을 도울게요. 당신은 나보다 덜 슬프도록요.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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