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마을자치] 진정한 ‘쉼’을 경험했다
[특집:마을자치] 진정한 ‘쉼’을 경험했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1.10.1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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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춘천시민학교 본격 시동
‘쉼표학교’ 지난달 3기 운영, ‘우리가 학교’도 곧 시작

춘천시가 역점으로 추진 중인 춘천시민학교(이하 시민학교) 운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춘천시민학교는 시민의 삶과 문화에 기반한 다양한 교육내용을 포함하는 성인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일방적 지식전달과 기능교육 중심의 기존 평생학습이나 교양강좌형 시민교육과는 차별화된 개념이다.

시민학교가 닻을 올리고 세부 교육과정인 ‘쉼표학교’를 지난 9월 25~26일 국립춘천숲체원에서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나’를 되돌아보고 삶을 점검하는 진정한 ‘쉼’을 얻었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마을자치지원센터

‘삶을 위한 교육’을 주창한 덴마크의 19세기 교육가 ‘그룬트비’의 철학을 기반으로 형성된 덴마크의 교육제도이자 법적 지원을 받는 비형식 성인 교육기관 ‘폴케포이스콜레’(자유시민대학)의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시험과 고정된 커리큘럼이 없는 자유로운 교육과정,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기숙하며 생활을 통해 학습하는 교육방식이 특징이다. 

시민학교를 이해하는 네 가지 키워드는 ‘삶을 위한 교육’, ‘살아있는 상호작용’, ‘자유’, ‘공동체’로서 ▷시민주권 강화, 마을자치의 도래, 교육 패러다임 전환 등 성숙된 시민성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시민교육 모델 구현 ▷삶을 위한 교육, 자유로운 관계, 상호작용을 통한 서로의 성장을 지향하는 상설 교육 운영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 문화를 증진하여 시민 삶의 전환과 연대 촉진 ▷개인의 자유와 더불어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숙된 시민 문화 확산을 통해 행복한 시민, 지속가능한 춘천을 위한 변화의 동력 마련 등을 목적으로 한다.

시민학교의 학습원리는 ‘넘나들며 배우기’, ‘실행하며 배우기’, ‘더불어 배우기’, ‘몸으로 배우기’이다. 2019년에는 춘천형 시민학교 사전연구가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시민학교의 가치와 문화를 경험해보는 ‘1박2일 자유학교’, 춘천에 적용하기 위한 기초학습과 기획워크샵, 춘천형 시민학교 실행을 위한 ‘쉼표학교’ 파일럿 과정이 2차례 열렸다. 

올해 마침내 시민학교가 닻을 올리고, 세부 교육과정인 ‘쉼표학교’(잠시 일상을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그려보는 인생학교)를 먼저 시작했다. 또한 ‘시민 누구나 교사, 마을 어디나 학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우리가 학교’도 시작을 앞두고 있다. 시민 누구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학교를 개설하여 100시간 가량의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쉼표학교’ 나를 발견하는 진정한 ‘쉼’

지난해 파일럿 과정(1·2기)을 통해 프로그램을 가다듬은 ‘쉼표학교’가 3기 15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9월 25~26일 국립춘천숲체원에서 진행됐다. 당초 1박2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10~18시까지 운영되고, 귀가한 후 다음날 다시 모여 일정을 진행했다.

‘쉼표학교’ 3기의 세부프로그램은 ▷나의 안부(역할·지위·책임을 내려놓고 나를 만나고 안부 묻기) ▷휘게(Hygge : 편안함·따뜻함·아늑함·안락함 등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뜻한다.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덴마크 국민들의 행복 비결로 꼽힌다) ▷‘커피믹스’(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다양한 질문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발견하는 시간) ▷조르바의 춤(자유로운 움직임 속에서 내 안의 힘을 발견) ▷렛츠(각자의 재능이나 기술을 서로에게 공유) 등이다.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참가자들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며, ‘다름’이 존중되는 평등하고 안전한 관계 속에서 나와 타인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고유성과 삶의 가치, 삶의 방향을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쉼’에 대해 생각하고 몸으로 경험했다.

쉼표학교3기 ‘나무야’와 ‘댄스머신’이 체험한 ‘쉼표학교’

쉼표학교에 참가한 계기는?

‘나무야’ “지난 4년간 일에 너무 지쳐서 일을 멈추고 있었는데, 지인소개로 ‘쉼표학교’라는 말만 듣고 참가를 결심했다. 나와 이 사회에 ‘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국립숲체원이라는 장소도 궁금했다.”

인상깊었던 프로그램 또는 순간은?

‘댄스머신’ “<조르바의 춤>이다. 시냇물 옆에서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 손을 잡고 눈을 감고 뒤로 걷는데, 상대에 의지해서 내 몸을 움직이는데, 놀랍게도 내 안에서 메시지가 떠올랐다.‘너는 강하다. 겁내지 마라’” 

‘나무야’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부터 인상 깊었다. 원하는 사람만 원하는 순서에 하는 등 진정어린 배려를 느꼈고 모든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닉네임으로만 불려 정말 자유로웠다.

휘게(Hygge)도 정말 좋았다. 2시간 프로그램 진행 후 30분 동안 휘게를 가졌는데 처음에는 뭘 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낮잠·만들기·대화·산책·독서 등 각자 마음대로 자유롭게 ‘쉼’을 가졌다. 다음 학습을 위한 브레이크 타임이 아니라 그야말로 ‘쉼’이 존중받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조르바의 춤’도 인상 깊었다. 리더와 팔로워, 2인 1조가 되어 손을 맞잡고 마주 서고, 리더는 눈을 감고 본인이 가고 싶은 대로 이동하며 이끈다. 팔로워는 리더가 이끄는 방향을 존중하고 눈을 감은 리더를 보호하는 정도만 행동한다. 나와 같은 조였던 ‘산들바람’님이 자발적으로 먼저 눈을 감고 리더로서 두려움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그 모습에서 엄마를 보았기 때문이다. ‘엄마도 두렵겠구나’라고. 엄마는 안정추구형이자 기존체제 순응형의 성향이고 나는 가치를 따라 움직이는 성향으로 사회적 삶을 개척해가는 스타일이라 삶의 태도가 아주 다르다. 그런데 ‘산들바람’님이 눈을 감은 순간 엄마의 두려움을 처음으로 느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구나. 엄마도 자신과 다른 딸인 나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체가 도전이구나. 나와 다른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쉼표학교’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댄스머신’ “TV 보거나, 하루 종일 자거나 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힘을 알아차리고,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내며, 나 자신을 이해하는 그런 질 좋은 쉼을 하려면, ‘쉼’도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무야’ “쉬어도 괜찮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이틀 동안 ‘쉼’을 경험하면서 ‘쉼’에 대해 제대로 몸으로 배웠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노동을 강요한다.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그런 분위기에서 그동안 나도 숨 쉴 구멍 하나 없이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벼랑 끝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하나의 숨 쉴 구멍’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제야 ‘쉼’이 필요했음을 뒤늦게 알아챘다. 쉼표학교를 통해 이제는 벼랑 끝까지 가기 전에 스스로를 돌보고 나에게 쉴 여유를 허락하겠다고 결심했다.”

나에게 ‘쉼표학교’는 무엇이었나? 

‘나무야’ “한마디로, 진정한 ‘쉼’을 경험한 곳이다.”

쉼표학교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댄스머신’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청소년은 모두 기회를 가지도록 학교와 연계해서 진행하고, 시민 누구나 꼭 한번 경험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또 덴마크처럼 한 달 정도 기숙하며 인생을 재점검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심화과정도 열렸으면 좋겠다.”

‘나무야’ “방역지침 때문인 건 이해하지만 1박을 하지 못한 게 누군가에게는 완전한 ‘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주부 참가자들은 첫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 식사 등 가족을 챙겨야 했을 거다. 또 자연 속에서 아침 산책을 못 해서 아쉽다. 앞으로도 국립춘천숲체원에서 주기적으로 열렸으면 좋겠다. 환경과 시설이 좋아야 제대로 된 쉼이 가능하다. 숙박도 하고 산책길·계곡·숲 등 국립춘천숲체원을 100% 활용했으면 좋겠다.”

시민학교가 춘천에 왜 필요한가?

‘댄스머신’ “토건이 아니라,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책사업인 것 같다. 그래서 슬로우시티 춘천의 대표 정책사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무야’ “이번 참여를 통해 춘천시의 슬로건인 ‘시민이 주인’이라는 말을 온전히 이해했다. 시민이 주인이 되려면 깨어있는 시민을 기르는 시민학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학교의 커리큘럼이 시민의 주체성·자발성·자치역량을 키울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환영한다. 시민의 역량과 주체성을 기르는 맥락에서 시민학교가 생겼음을 참여를 통해 경험했고, 그 안에 ‘쉼표학교’가 추구하는 ‘쉼’에 깊이 공감한다.”

한편, ‘쉼표학교’4기는 오는 30~31일에 소양호 농어촌 인성학교에서 열리며 현재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문의 252-1090)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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