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지난해부터 소양댐 하류에서 커다란 낯선 어류가 출몰한다는 목격담이 들려왔다. 몸통에는 검고 빨간 점 수십 개가 있고, 전체적으론 누런색 빛을 띠고 있으며, 머리가 어른 손바닥만 하고, 몸길이도 어림잡아 50cm가 넘는다고 한다. 바로 ‘브라운송어’다.

환경부는 ‘배스’, ‘블루길’ 등 국내 민물 어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래어종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있는데, 지난 8월 말, ‘브라운송어’를 ‘생태계 교란 생물’ 위해성 1급으로 지정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돼 개체수 조절 및 제거 관리가 필요한 종이다. 지정되면 학술연구, 교육, 전시, 식용 등의 목적에 한해서 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수입, 반입, 사육, 재배, 양도, 양수, 보관, 운반, 유통이 가능하다. 

‘브라운송어’는 본래 유럽이나 북미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최대 1m까지 자란다. 어류 뿐 아니라 곤충, 개구리, 물뱀 등도 먹이로 삼는다. 지난해 환경부가 진행한 외래 생물 연구조사에 따르면, ‘브라운송어’는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양강댐 바로 아래 지점을 시작으로 하류 6km 지점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 구간은 댐을 거쳐 나온 섭씨 15도 가량의 찬물이 일 년 내내 흐르기 때문에 찬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인 ‘브라운송어’에겐 최적의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인 수입 기록도 없어서 유럽이나 북미에 서식하는 어종이 어떻게 내륙 깊숙한 곳까지 유입됐는지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브라운송어’가 토종어류에게 큰 위협이며 종 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염려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생태계 교란 어종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배스와 블루길 등을 ‘수매’한 후 폐기 처분한다. 춘천시는 올해 8월에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브라운송어’의 수매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스와 블루길은 7~80년대에 식량(단백질 공급원)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들여왔다가 홍수 등으로 인해 전국 곳곳의 하천으로 확산됐다. 인정하기 싫지만 반세기가 지난 현재 사실상 토착어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배스와 블루길 낚시는 인기 있는 레저스포츠이자 스포츠피싱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생태계 교란 어종 수매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민들은 배스와 블루길이 토종 어류의 씨를 말리는 쓸모없는 혐오 생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소식이 들려왔다. ​충청남도는 배스와 블루길을 이용해 어묵, 어포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연구에 성공해서 개발기술을 업계에 보급하기로 했다. 또 스타트업 ‘밸리스’는 배스를 활용해 반려동물 영양식품을 만들었다.​ 

‘브라운송어’의 미래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당장에 드는 생각은, ‘녀석을 활용할 방법이 없으니 일단 토종어류를 보호하고 종 다양성을 위해서 빠른 수매가 이뤄지고, 의암댐 등 북한강 상류 다른 수역으로 확산했는지 정확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다’는 게 보통의 사고일테다. 

하지만 생태계교란종만 없앤다고 토종물고기들이 예전만큼 개체수가 늘어날까? 토종 물고기의 개체수가 격감한 것이 꼭 배스와 블루길만의 잘못일까? 더 큰 문제는 환경오염, 개발에 따른 자연파괴, 낚시꾼 등이 배출하는 쓰레기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들고 서식환경이 파괴되는 탓이 더 크지 않을까?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은 외면하고 생태계 교란 생물의 문제만 크게 확대해서 녀석들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태도는 인간의 오만이다. ‘생태계 교란 생물을 없애고 있으니 토종생물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다하고 있다’고 면피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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