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꽃이 작고 단단해, 건드리면 떨어 질 것 같아”
[인터뷰] “꽃이 작고 단단해, 건드리면 떨어 질 것 같아”
  • 유은숙 시민기자
  • 승인 2021.10.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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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가을꽃을 보는 시각장애인 유미애씨

가을이 오고 단풍이 든다. 노란색, 보라색, 빨간색…. 가을에 피는 꽃들이 곳곳마다 만발이다. 하늘의 구름도, 붉게 타오르는 노을도 화려한 색으로 강렬함을 드러내는 가을이다. 이러한 것들을 눈으로 보지 못한다면 난 무엇으로 느낄 수 있을까. 시각장애 1급 유미애(여·49) 씨는 이 모든 것을 다른 감각으로 느낀다고 했다. 달라지는 온도, 소리,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설명 등으로 그만의 세상이 펼쳐진다고 한다.

지난해와 올해 사단법인 텐스푼이 주최하는 ‘헬로프로젝트’라는 장애인 창작프로그램에서 아름다운 언어로 자신을 표현한 유미애 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결과물 전시를 연다고 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춘천에서 태어났고 남자 형제 세 명이 있는 외동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약시였고 점점 악화되어 지금은 한쪽 눈만 아주 조금 보이는 상태예요. 춘천에서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6년 전부터 명진학교를 다녀 지난해 졸업을 했어요. 이어 방통대 사회복지과에서 공부를 이어하고 있고 예쁜 딸과 둘이 살고 있어요”

연극을 배우면서 자신을 표현할 때처럼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말투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 갔다.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위축된 삶을 토해내는 일이 어려울 테지만 그녀는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었다. 

장애인 창작 프로그램 ‘헬로프로젝트’에 참여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가들과 스텝들. 하얀색에 빨간색 카라 티를 입은 사람이 유미애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했는데 잘 안 됐어요. 27세 때 펜팔로 만난 남자와 연애 끝에 결혼하려는데 양가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었죠. 친정 부모님은 장애인끼리 만나야 끝까지 이해하고 산다며 장애가 없는 남편과의 결혼을 반대했어요. 어렵게 결혼하곤 구미로 가서 살았는데 이래저래 빚이 생겼어요, 그때는 참 힘들었어요. 약 15년 전에 다시 춘천으로 올라와서 살다가 결국 약 6년 전에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살고 있어요. 지금은 다 좋아요. 건강도 좋고 빚도 없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 틈틈이 글도 쓰면서 잘 지내요”

그의 취미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가 쓴 시가 약 750여 편 정도라고 한다. 어떤 때 글을 쓰는지, 어떤 소재들을 쓰는지 등이 궁금했다. 

“시도 쓰고 산문도 쓰는데 주로 내가 느끼는 세상의 이야기와 하고 싶었던 말을 써요. 저는 사람들과 있을 때 말도 느리고 목소리도 작아서 하고 싶은 말을 잘 못 할 때가 있어요. 이렇게 소통이 어려울 때 집에 와서 컴퓨터를 열고 한글파일에서 글을 써요. 명진학교를 다니며 배웠거든요. 내가 겪은 현실보다 생각한 것, 느끼고 상상한 것들을 써요.”

오른쪽 시는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에 미애 씨의 마음을 담고 있다. 밤엔 집 앞으로 나서는 것도 두려운 그녀에게 물고기는 자유로움의 상징인 것이다. 

사람들은 미애 씨가 천천히 길을 찾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찾아가고 있는 것인데 무작정 이끌기 바빴다. 그런 경험들과 실수들은 그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지만, 힘에 부친 삶을 사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기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저는 약시라서 아주 조금은 보여요. 그런데 명진학교에 가니 전맹(빛조차 보이지 않는 시력) 인 분들도 많더라고요.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끼리 공부하면서 자존감도 많이 회복됐어요. 최근엔 ‘헬로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도 참여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김수진 언니가 추천해 줬는데 처음엔 ‘나 같은 사람이 해도 되나’하는 생각만 들고 자신감이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안에 숨어있고 누구도 들어주지 않던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10월 말에 있는 전시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차로 10분이면 될 걸 한 시간이나 시내를 돌아 고등학교에 다닌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다른 엄마들처럼 차를 운전해 데려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운 맘에 속이 상하기도 했단다. 최근 졸업도 잘하고 대학도 잘 간 딸아이와 화목원으로 나들이를 했다. 꽃들이 만개했고 물고기가 뛰어올랐다고 한다. 

“꽃이 작고 단단해, 그리고 건드리면 떨어질 것 같아”, “우리에게 먹이가 없는 걸 알고 물고기가 튀어 오르다가 마는 거야” 

꽃은 손끝으로 보고 물고기는 귀로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다양한 감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제일 정확하게 세상을 보고 있다.

유은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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