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조직관리팀장)

언제부터인지 누군가와 둘러앉으면 몸에 대한 호소를 듣게 되었을 뿐 아니라 나도 내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만 걸어도 무릎에 무리가 오고, 멀쩡하다가도 얼굴에 열감이 오르고, 자다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어지고, 베개가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흐르고,,, 등등 다양한 증상들을 비슷한 연배의 여성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내하고 있더라. 완경과 함께 찾아오는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들이었다.

그 증상들을 극복하고 완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약들을 챙겨 먹기 시작하고, 뭐가 어디에 좋다라는 정보가 수다 속에 공유되었다. 남 일 같지 않은 증상들을 주변의  여성들은 혹독하게 겪으면서도 기약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완경이 된 여성의 몸엔 에스트로겐 이란 호르몬이 완경 이전의 1/6 정도밖에 분비되지 않는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하게 되면 골량이 감소하면서 골다공증이 생기는가 하면 피부 또한 두께가 얇아져 자외선 등에 쉽게 노출돼 검버섯, 기미, 주근깨 등이 생기고, 콜라겐 함량도 대폭 내려간다. 피부에 윤기가 부족하고 건조해지면서 늘어지는 건 이런 이유이며 그로 인해 노화가 급속히 진행된다. 안면홍조 또한 여성호르몬의 부족에서 오는 증상이다. 갱년기 여성들이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체중증가이다.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줄어들면 몸속 지방도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는 양이 증가한다. 강력하게 여성의 몸을 표준화, 상품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체중증가는 여성들에게 바로 스트레스로 직결된다. 단순히 몸뿐만이 아닌 정신건강도 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갱년기의 몸의 변화는 피로감, 우울감을 동반하게 되고 심하면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편함과 괴로움 속에 몸이 보내는 신호들로부터 나를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시기가 갱년기인 것이다. 변화된 몸에 대하여 두려움을 갖기보다 내가 나를 보다 살뜰하게 돌봐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니체(F. Nietzsche)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는 전적으로 ‘몸’일 뿐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며, 영혼이란 ‘몸’ 속에 있는 그 어떤 것에 붙인 이름일 뿐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배제시켜왔던 ‘몸’을 실존화하면서 몸을 정신 위에 놓은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젊고, 건강했을 때 배제되었던 몸은 이미 우리에게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아프고, 견디고, 살고 할 것이다. 그 선언의 답은 다름 아닌 여성들의 연대다. 갱년기를 혼자 외롭게 극복하기보다 ‘공동체’와 ‘관계’ 속에서 직면해 보기를 권한다. 이미 와 있는 몸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잠 못 들었던 불면의 새벽을, 예기치 못한 열감과 ‘화’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며 그에게 기대어 보자. 꼭 치유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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