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 센터장

춘천시는 작년 강원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춘천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6년부터 강원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통해서 마을돌봄과 마을 교육생태계를 지역사회에 확산하자는 취지의 사업이다. 춘천이 비록 다른 시군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다양한 마을공동체들의 활발한 활동 기반이 있었고 13개 읍면동에 주민자치회가 구성되어 있어 체계를 갖추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마을 교육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유리한 기본 바탕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 중 일부를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가 중간지원 역할을 맡게 되면서 마을현장(마을교육공동체, 주민자치회 등)과 시청, 교육청 간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변변한 기본법률도 없고 조례도 없는 실정에서 ‘우리 마을 아이들을 우리 마을이 함께 돌보자’고 하는 마을활동가들의 헌신과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에서 공모하는 ‘미래교육지구’로 춘천이 선정되었다. 이에 춘천 마을교육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적이고 모두가 행복한 마을돌봄 마을교육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할 점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춘천이나 강원도를 넘어 전국의 마을교육공동체 곳곳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이야기되는 것이 있다. 정책과 사업, 예산은 넘쳐나는데 기본적인 제도나 체계는 여전히 불안하고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와 교육청 그리고 마을 현장의 거버넌스나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마을교육공동체의 현장인 마을과의 관계도 수평적인 배움터로서 역할이 인정되지 않고 마을활동가들의 처우나 위상, 역할도 정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봉사와 희생만으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학원강사 취급을 받거나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강사의 역할로 치부되는 경우도 종종 보여지고 있다. 정규교육과정인 학교의 수업과 마을교육은 그 결이 다르고 그 핵심은 마을활동가들의 자존감과 역량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가치와 신념만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가칭)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법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조례도 심도 있게 고민하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준비했으면 좋겠다.

 둘째, 마을의 교육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촘촘한 네트워크와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 마을교육은 하나의 학교, 단체, 기관의 단발적인 성장과 확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협력이 필수적인 일이다. 아이를 한 명 키우는데 다양한 어른들과 지역사회(마을) 전체가 배움이 되고 돌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분절화되어 있는 우리 마을(지역사회)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마을시민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함께 노력할 때 ‘마을의 마을에 의한 마을을 위한’ 마을교육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돌봄과 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부나 교육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얘기하고 예측하길, 미래교육은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이며 ‘협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돌봄과 교육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아직 어리니까 또 잘 모르니까 돌봄과 교육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고 대상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이제는 ‘교육자치’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보인다. 교육청, 학교, 교사의 권한과 주체성만이 아니라 아동·청소년들의 시민성, 민주성, 자치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생각과 의견이 교육에 반영되고 스스로 익히고 배울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돌봄과 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자 아이들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춘천시가 교육부의 ‘미래교육도시’로 선정된 것은 매우 축하할 일이고 기쁜 일임이 틀림없다. 다만, 기삿거리 하나 생긴 것으로 또 정부 예산 일부 지원받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될 것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완전 돌봄 실현의 꿈을 꾸며 마을 교육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리가 모두 지혜와 마음을 함께 모아야 한다. ‘춘천의 아이들은 행복하겠다. 춘천의 부모들은 행복하겠다’는 소리가 동네방네에서 들려오는 꿈을 꾸어본다.

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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