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해진 ‘노키즈존’ 합리적 차별?
만연해진 ‘노키즈존’ 합리적 차별?
  • 전은정 인턴기자
  • 승인 2021.11.30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 대부분 층수 나눠 지정…‘웰컴키즈존’도 생겨

최근 특정 연령대 혹은 신분을 가진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OO존’이 확산하고 있다.

유행의 시작은 음식점과 카페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다. 약 6~7년 전 처음 등장한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입장을 금지하는 공간이다. 대부분 뛰어다니거나 우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는 일부 부모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비판하며 ‘노키즈존’은 빠르게 확산했다.

소양동의 한 카페 2층은 만 15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는 ‘노키즈존’으로 운영 중이다.

2019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천 명 중 66.1%는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노키즈존이 차별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69.2%가 ‘차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동시에 53.2%는 ‘소수의 아이와 부모들 때문에 전체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의 ‘2019년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 분석’에 따르면 어린이의 안전사고 건수는 전체 안전사고 건수 대비 34.2%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안전사고 비율이 매우 높다. 어린이의 안전사고가 주로 발생한 장소는 주택, 교육 시설, 도로와 인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여가·문화·놀이시설, 숙박·음식점, 스포츠·레저시설, 쇼핑시설 등의 영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의 한 식당에서 뜨거운 음식을 들고 이동하던 종업원과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아이가 부딪혀 화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아이의 부모가 영업주와 종업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영업주와 종업원의 과실을 80%로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아이에게 4천951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례로 ‘노키즈존’이 영업주와 어린이, 손님 모두에게 필요함을 인정받았다.

올해 기준 ‘노키즈존 맵’에 따르면 국내 약 420여 개 이상의 ‘노키즈존’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에서 노키즈존을 세세히 구분해 따로 통계 내지는 않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춘천의 경우도 ‘노키즈존’을 지정한 음식점이나 카페가 꽤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매장 전체를 ‘노키즈존’으로 지정한 것이 아닌, 층수를 나누거나 구역을 나눠 ‘노키즈존’을 지정해놓았다. 가파른 계단·뾰족한 용품 등 위험한 시설·용품이 있을 경우의 아이들 안전을 고려하고, 아이들로 인해 소란스러울 것을 대비하여 다른 손님들까지 모두 배려한 것이다.    

한편 ‘노키즈존’을 ‘특정 세대를 차별하는 것이다. 인격 있는 존재를 나이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 모든 아이를 문제를 일으킬 잠재적 대상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견해도 꾸준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영업주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점, 영업장 운영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영업장 차원의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점 등은 영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지정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고객들의 안전성을 고려한다는 정당성이 있기도 하다. 

‘노키즈존’을 지정해놓은 소양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30대 김 모 씨는 “조용하게 쉬고 싶은데 아이들 때문에 그러지 못할 때 스트레스 받은 적이 있어 노키즈존 카페를 찾는 편이다. 대신 매장 전체가 노키즈존 인 것보다는 이곳처럼 층수를 나눠 지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매장 전체가 노키즈존이면 아이가 있는 가족들은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예스 키즈존(Yes kids zone)’, ‘웰컴 키즈존(Welcome kids zone)’ 등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하고 아이가 있는 부모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많이 늘었다.

‘예스 키즈존’을 선언한 사농동의 한 식당 관계자는 “아이를 데리고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다고 느껴 ‘예스 키즈존’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 현재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다. 주변의 직장인이나 젊은 손님들이 이 장소는 무조건 시끄러울 것이라는 인식 하에 잘 방문하지 않는다. 또 요즘 ‘키즈카페’가 기본적인 식사류 제공이 되니까 굳이 ‘예스 키즈존’인 음식점에 오지 않는다. ‘키즈카페’는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 많기에 경쟁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식사하실 때만큼은 아이들을 존중하는 공간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흡연 금지’라는 경고는 있어도 ‘흡연자 출입금지’를 하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없다. 이는 ‘소란·뛰는 행동·울음 금지’ 등의 규정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일정 좌석이나 공간을 아이 동반석으로 만들고 그 자리가 다 차면 아이를 동반한 부모 고객을 받지 않는 방법도 생기면서 양측 모두의 권리를 보장한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의 ‘맥파이앤타이거’라는 찻집의 어린이 출입에 대한 공지가 큰 호평을 받았다.

“나이 제한 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고, 깨지면 날카로운 기물들이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을 통해서 아이는 조심히 물건을 다루는 법, 조용한 공간에서 주위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이 공간을 즐기는 성인들은 아이들이 이 과정을 배우는데 시간과 인내가 필요함을 알아주시고 또 함께 가르쳐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다. 

많은 ‘노OO존’이 있다. ‘노스쿨존·노중학생존·노시니어존·노여성존·노래퍼존·노폴리스존’ 등 ‘노OO존’의 중심에는 소비 주체의 자격이 사회 구조에서의 ‘정상’ 또는 ‘일반·보통’의 범주가 전제되어 있다. 

‘노키즈존’을 포함해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의 ‘노OO존’은 사회적 약자 차별, 세대 차별, 소비자 우선주의, 자본주의 등의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모두 수반한다. 딱히 지정해놓은 구역은 아니더라도, 그들이 그 장소에 가기 힘든 구조라면 그것 또한 명확한 구분 없이도 차별하고 있던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더불어 차별이 만연해지는 사회는 그 대상이 결국 ‘나’로 돌아옴을 꾸준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전은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