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의 뉴스는 대선후보의 지지율 조사를 하루가 멀다하고 앞다투어 내보내고 있다. 마치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여론조사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여론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여론조사가 거꾸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에 여론조사가 통계적 수치에 바탕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면, 그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여론조사는 주로 여론조사 회사라는 전문기관에 의해 주로 행해진다. 우리는 여론조사회사가 통계적 절차를 준수한다고 해서 조사를 모두 신뢰할 수 있는가? 여론조사 기관이 추출하는 표본의 대표성과 편향성은 누누이 지적되는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질문이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질문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여론이나 지지도를 유리하게 하려는 의뢰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는 여론왜곡의 대표적 사례다.   

여론조사 기준을 설정하고 심의하는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방식과 공표 등에 대해 형식적인 제재에만 치중할 뿐, 통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 단위의 선관위로 내려가면 여론조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경우도 많아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렇게 되면 여론조사 기관이 제멋대로 조사하고 발표해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론조사 규정뿐만 아니라 선거법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호한 선거법도 문제이고, 선관위의 무능력과 과도한 통제도 문제이다.   

문제는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발표하는 언론에도 있다. 요즘 대선정국에서 언론 매체들은 여러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했다는 대통령후보 지지율을 경쟁적으로 중계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도 여론분석 전문가가 아닌 정치부 기자가 분석하다보니, 여론조사 기관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끼거나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론조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여론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이 스스로 공정보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범할 수 있는 중대한 오류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이 오류는 측정수단(measuring device)인 여론조사와 측정된 결과(what is measured) 즉, 여론을 구별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여론조사라는 것은 대중의 의견을 측정하는 도구일 뿐이다. 대통령이나 어떤 정치지도자가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중의 견해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서 대중의 견해에는 관심이 없고 여론조사 결과에만 관심이 있다는 투로 얘기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마치 온도계가 기온을 결정하며, 현미경을 통해 보이는 박테리아가 현미경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여론조사에 관심을 많이 쏟느냐 쏟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그가 국민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느냐 않느냐에 있다.”(조지 갤럽, 《갤럽의 여론조사》) 이런 의미에서 여론조사의 기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조지 갤럽의 말은 되새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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