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소셜리빙랩 나빌레라팀,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개발
AAC 메뉴판·매뉴얼 등 칠전동 편의시설에서 실험 운영

의사소통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누구나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쉬운 소통’ 마을 실험이 진행됐다.

춘천사회혁신센터의 ‘소셜리빙랩(Living Lab)’은 지역밀착형 사회문제 해결 생활실험 지원프로젝트로 지역사회 문제와 주민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시민들이 직접 마을 실험에 참여한다.

올해 춘천소셜리빙랩에 선정된 ‘나빌레라팀’은 춘천에서 최초로 개발한 AAC(보완대체의사소통)를 통해, 칠전동 일대에서 소통의 환경 변화와 보완방법을 찾는 ‘쉬운 소통이 가져오는 쓸모 있는 변화’ 프로젝트 실험을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실험 대상은 만 12세~25세에 해당하는 발달장애인들이다. 

AAC는 보완(Augmentative), 대체(Alternative), 소통(Communication)의 약자이다. 말과 언어 표현, 이해에 있어 크고 작은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지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보완하거나 대체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아요’, ‘괜찮아요’ 등의 표현을 그림 등으로 쉽게 만들어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AAC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나 낯선 환경에서도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사회참여, 독립적 활동 수행, 학습활동 수행, 정서적 성장 등의 효과가 생기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중 스스로 혹은 주변의 도움을 통해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는 30%가 되지 않는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점자 자료, 화면해설, 자막해설 등의 정보 접근 지원과 청각장애인의 경우 화면해설방송, 한국수어 통역, 폐쇄자막 등의 지원이 있다. 하지만 현재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 지원은 법률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특수학교나 관련 기관 등에서 AAC 이용이 필요할 경우, 반영된 환경을 만들어 이용하기도 한다. 나빌레라팀은 AAC 환경 구축의 서울 마포구의 사례를 좋은 사례로 삼았다. 2018년 마포구에 소재한 한 언어치료센터에서 전국 최초로 만든 AAC는 스마트폰 QR코드를 활용해 다운로드 받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표현을 클릭하면 음성이 자동 지원된다. 마포구의 AAC존은 현재까지 지역 내의 복지시설, 파출소,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 79곳과 일부 음식점, 마트, 편의점 등에 확대 보급된 상태이다.

그러나 춘천 내 AAC를 시행하고 있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에 나빌레라팀은 편의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춘천형 AAC 메뉴판 3종과 매뉴얼 1종을 개발했다. 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례와 관련 기관 정보를 통해 실험을 기획하고, 지역 내 분식집, 무인 판매점, 카페, 편의점 등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을 실험 장소로 선택했다.

실험 전에는 ACC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일으키기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50여 명의 참여단과 시민들이 실제로 이 이슈에 공감하고 체감하도록 미션을 구성해 자체 제작한 외국어 카드를 이용한 소통하기, 의사소통 도구인 팔찌와 마스크 스트랩을 이용해 대화하기, 주변의 이미지화된 것들 살피고 쉬운 소통 필요한 곳 혹은 잘 구축된 곳 공유하기, 주위 사람들에게 ACC 캠페인 공유하기 등의 공감 활동을 진행했다. 

그 후 개발된 것을 활용해 단계별 리빙랩을 운영했다. 1단계로 칠전동 일대 편의시설 3곳(중국집, 카페, 분식집)을 지정해 10월 중순에서 이달 초까지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8개 그룹이, 개발된 제품들을 실제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받았다. 프랜차이즈처럼 표준화된 메뉴와 서비스가 있는 곳은 AAC가 조금 더 쉽게 보급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나빌레라팀은 칠전동 실험 장소에 ‘김밥나라’를 포함했다. 메뉴들이 비슷한 분식 프랜차이즈 등의 버전으로 의사소통 수단을 만들었다. 2단계로 기관과 돌봄센터 등 방문형 캠페인 데스크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2단계 방문형 캠페인 데스크 운영 시 발달장애인 본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소통함으로써 비장애인들과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험 당사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부분이 불편하고 어렵냐’는 질문에 ‘기차 탈 때’, ‘주차’, ‘마스크 쓰고 대화’, ‘매장 키오스크’ 등을 답변했다. 

이번 실험의 ‘ACC 메뉴판과 매뉴얼’에 대해서는 “옆에 조그마한 그림이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말로만 해야 하는 의사소통은 엄청 힘든데 AAC는 말없이도 소통할 수 있다”, “외국인이나 어린이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빌레라팀은 “장애가 있는 분들은 불편함을 겪으면 그것을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문제는 내가 아니라 현재의 환경 때문이라고, 삶의 방식을 함께 조금씩 바꾸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인식의 전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걸 통해서 당당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용기를 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실험을 통해 팀원들 또한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마주하는 소통 구조의 장애물을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을 인지했다. 이번 실험은 당사자들과 서로 묻고 답하며 공감하는 과정이 소중했다. 모든 과정을 당사자들과 함께 이뤄낸 것이 다른 때보다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 상호적 소통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는 거버넌스(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주어진 자원 제약 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구조로 춘천시 장애인복지과, 강원도장애인복지관, 춘천시사회혁신센터, (주)나비소셜컴퍼니가 함께 했다.

전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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