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춘천 온의동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불이 났다. 1시간 30분만에 진화되었지만,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파트 최상층인 49층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인데, ‘대처할 소방장비가 없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번 화재로 소방서 추산 6천700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신축 중인 건물이라 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 다시 아파트 초고층 화재가 발생할지 모른다. 문제는 이번 화재와 진화과정을 보면 이러한 화재가 재발하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 보이듯이 초고층 아파트 화재의 경우 건물 자체의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을 때 현재의 소방서의 화재 진압 장비로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소방 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15대와 인원 40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135m 높이의 건물 꼭대기 층, 49층에서 불이 나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출동한 고가사다리차는 18층까지밖에 다다를 수 없고, 닿을 수 있는 최대 높이는 53m여서 무용지물이었다. 투입된 헬기도 화재 진화가 아닌 인명구조용이며, 준공 전이라 소방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소방관들이 50여 개의 소화기를 직접 가지고 계단과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직접 49층까지 올라가 진화했다. 마침 바로 밑의 층 세대의 수도에서 물이 나와 그 물과 소화기를 이용해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했고, 잔불 정리를 할 때는 1층에서 49층까지 호스를 연결해 불을 껐다고 한다. 소방 당국의 발 빠른 판단과 현장대처능력으로 큰불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고층아파트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화재 진화에 필요한 소방장비가 없다는 점이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지난해 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해 원주소방서에 68m급 고가사다리차를 도입했다. 강원도에 배치된 장비 중 가장 긴 사다리차이다. 이 장비는 아파트 23층 높이까지 사다리를 연장할 수 있고, 물은 아파트 40층 높이인 120m까지 뿌릴 수 있다고 한다. 이번 화재 현장에 이 사다리차가 투입되었어도 소용없었지만, 춘천에는 이마저도 없다. 필요하다. 이번 경우처럼 사다리차로 진화할 수 없는 고층화재는 소방헬기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헬기는 산불을 끌 때처럼 위에서 아래로 물을 쏟아내는 장치만 있어 실효성이 없다. 물을 옆으로 쏠 수 있는 소방헬기가 필요하다. 돈보다 사람이다.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고층아파트 선호하는 시민 의식, 추진하는 건설사, 허가하는 시도 문제이다. 현재 강원도에 있는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은 모두 79동이나 된다고 한다. 건축법상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일 경우 ‘초고층’아파트로 분류돼 30층 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계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불이 난 아파트의 경우 49층으로 ‘준초고층’에 해당되어 대피 시설이 다소 취약할 수 있다. 소를 잃을 뻔했으니 외양간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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