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설 민심 평가…“일 잘할 사람” vs “닥치고 정권교체” / 설민심 해석도 제 각각 “기대된다” vs “불안하다” / 설민심 어땠나…민주 “지지층 결집” vs 국힘 “정권교체 여론 더 커져”

설을 지나면서 주요 신문들이 다룬 설 민심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언론들은 선거가 있는 해이면 어김없이 앞다투어 추석 민심, 설 민심을 다루어 왔다. 그러나 올해 기사들을 보면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설 민심이 어디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없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설 민심이 있기는 한 것일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추석과 설 같은 명절에는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릴 정도로 귀성객의 이동이 있었다. 그냥 단순한 사람의 이동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뿐만 아니라 친·인척간의 교류와 대화라는 담론의 장이 형성되었다. 대화의 장에는 당연히 정치에 관한 담론도 단골로 등장했다. 일종의 정보 교환의 장이지만 도시 자녀세대의 정보가 부모에게로 전해지고 설득되는 일방적인 구조였다. 자녀들이 부모들이 접하지 못하는 정보를 지닌 탓이기도 하지만, 부모들이 정보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전제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한 것도 민심 형성의 계기였다. 광주항쟁만 해도 당시에는 광주에서 실제 그 일을 겪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일반 국민은 아무런 정보를 가지지 못했다. 수년이 지나 쿠데타 정권이 종말을 고할 때쯤에서야 실상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절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것 중에 훨씬 많은 진실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보도되지 않은 사적 진실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지난 추석과 이번 설이 선거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심이라 불릴 정도의 여론 전환이 없는 이유를 코로나에서 찾을 수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은 이제 같은 나라지만 다른 공화국이다. 집값의 차이는 자산의 격차를 넘어서 삶의 기회와 질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서울은 남의 나라 일이니 지방 변두리가 서로 소통해 만들 민심이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설 민심은 없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언론은 자유를 넘어서 일종의 권력이 되었고, 정보는 흘러넘쳐 정보 홍수의 시대가 되었다. 지방의 부모들은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을 자녀에게 설득시키려 한다. 그러다 보니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정치적 논쟁으로 다툼이 일어 정치 주제의 대화를 금지하는 집안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개인은 기존 언론 대신 그들만의 소통 수단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SNS뿐만 아니라 독립방송 형태의 유튜브 등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게다가 사람들은 이제 이런 수단을 통해 자신과 취향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들로 진영을 구축하고, 다른 진영과는 배제와 단절을 꾀한다. 이른바 단절의 나노 시대, 확증편향이 지배하는 시대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리고 유유상종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 과거처럼 여론의 전환점으로서의 추석 민심, 설 민심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으로서의 민심은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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