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학] 불을 끄고 누워서
[삶과 문학] 불을 끄고 누워서
  • 한승태(시인)
  • 승인 2022.02.2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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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차가 지나간다.

어제도 작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작아진 달이 빛난다

빛나는 달에게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둠이 모여서 어둠이 되려면

좀 더 많은 어둠이 쌓여야 하지만

이제 나에게 어둠은 충분하다

걸었던 길을 되짚어 돌아오면서

내가 했던 생각들 모두 나를 이루고 있는 조각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릎에 힘을 주었다

 

어디에서 그칠지 모르는 생에 대한 두려움도

어쩌면 이 생을 견디는 기쁨이지 않을까?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모시면서 살기 때문에

어쩌면 은밀하게 그것을 즐기기 때문에

불을 끄고 누워 창밖을 바라보면

창밖 텅 빈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보인다

그 안주머니 같은 어둠 속에

나도 있다는 생각은 포근하지만

어둠 속이 넓은지 어둠 밖이 넓은지

안주철 시집 <느낌은 멈추지 않는다> 중에서

 

어둠 속을 걸을 때, 산속을 혼자 걸을 때, 방안에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지켜본다는 것은 참 서늘한 일이다. 집안에는 돌아가신 조부모, 부모가 산에는 산신이나 조상이 지켜보고 있다. 시인은 그런 두려워하는 것들을 모시면서 살고 또 그것을 은밀하게 즐기기 때문에 자신의 안에 충분한 어둠이 고였고 그래서 불을 끄면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보이고 안주머니 같은 어둠이 포근하기도 하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어둠을 이토록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다니. 참 용한 일이다. 어둠이 두려운 게 아니라 어둠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내는 생각이 무서운 것이고, 만나는 타인이 두려운 것인데 그런 것이 어제와 오늘의 나를 만들어 왔을 게다.

한승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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