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리터당 1800원↑하우스 농가 난방비↑
지역 화장품 수출기업 대금결제 늦어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정세 혼란과 원유가격 폭등, 무역 시장 불안 등의 여파가 춘천지역 경제 전반에도 서서히 위기감을 불어 넣고 있다.

휘발윳값 고공행진, 가계부담 증가

러시아는 일 평균 5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수출하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에너지 수급이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급증하며 가계부담이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춘천지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천891원, 경유는 1천779원이다. 지난 2월 휘발유 평균가격 1천701원에서 약 11% 상승했고, 경유 평균가격 1천536원에서 약 15% 올랐다. 2월에는 5만 원으로 휘발유 약 29리터를 주유했다면 현재 약 26리터로 줄었고, 경유는 5만 원으로 32리터 주유에서 28리터로 줄었다. 11일 기준 춘천지역 주유소 중 가장 비싼 곳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모두 1천998원으로 평균 1천900원대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가계부담은 물론 배달 등 차량 운행이 필수적인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김 씨(47·용산리)는 “산이 가까운 시골에 살아서 봄에도 난방을 해야 하는데, 유가 상승으로 부담이 크다. 난방 등유는 기본 200리터를 주문해야 하는데, 전쟁 이전 약 20만 원 정도 들었지만, 며칠 전에는 25만 원이 넘게 들었다. 그나마 저렴한 농협주유소를 이용하는데도 부담이 커졌다. 게다가 시내 출퇴근으로 주유비 부담도 늘어 고충이 크다”라고 말했다. 

최유미(40·퇴계동) 씨는 “경유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6만 원이면 가득 찼는데 요즘에는 8만 원을 넣어야 가득 채울 수 있다. 이대로라면 자가용 이용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자영업을 하는 이 씨(50·온의동)는 “한 달 주유비가 약 2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최근에는 30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인건비와 재료 상승까지 겹쳐서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 달 간 휘발유 가격 상승 추이     출처=오피넷

하우스 난방비 급증, 농가 휘청

유가 상승은 지역 농가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춘천 지역 대표 농산물인 토마토 재배 농가들의, 봄철 완숙 토마토 재배를 위한 하우스 난방비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춘천지역의 난방용 등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천307원, 가장 비싼 곳은 1천700원이다. 지난 2월 등유 평균가격 1천171원에서 약 11.6% 올랐다.

신북읍에 자리한 ‘곰돌이 토마토’ 대표 A 씨는 “전쟁 전에는 비닐하우스 11동의 난방을 위한 난방 등유를 채우기 위해 한 번에 약 28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380만 원으로 급등했다. 한 번 채우면 열흘 남짓 난방하는데 부담이 정말 크다. 토마토를 심고 출하할 때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되는데 이전에는 보통 난방비가 총 1천500만 원 정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천만 원 넘게 들것 같다. 현재 완숙 토마토를 심은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보통 4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아직 출하가격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 걱정이 크다. 우리 농장은 토마토 농가가 많은 신북읍에서도 중간 정도 규모인데 큰 규모의 농장들은 더 힘이 들 거다”라고 말했다.

인근 한 토마토 농장의 대표는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를 구할 수 없어 인건비가 올라 농가들이 재배 규모까지 줄이며 버텼는데, 기름값까지 올라서 이중으로 걱정이 늘었다. 수확이 좋아도 지출이 많아져서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농가들이 하우스 난방용 등유를 자주 주문하는 신북읍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자동차 운전자들도 부담이 크게 늘어 주유를 적게 하는 경우가 눈에 띄고 있지만, 농가들은 육묘를 위한 난방이라 줄 일 수도 없고 한 번에 몇천 리터를 채우기에 체감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화장품 수출 중소기업 대금결제 늦어져

전쟁은 바이오 및 화장품 중심의 춘천지역 수출기업들에도 악재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춘천지역 대 러시아 수출액은 550만7천 달러, 한화 약 66억1천940만 원이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283만7천 달러가 화장품 수출액으로 러시아는 춘천지역 바이오 및 화장품 기업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다. 또 춘천지역의 우크라이나 수출액은 110만6천 달러, 한화 약 13억2천920만 원이다.

춘천의 화장품 제조·수출 중소기업인 ㈜지원바이오의 김우식 대표는 “유럽과 미국에 기초 및 보습 화장품, 바디케어 제품을 수출한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와 러시아가 주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의 경우 현지 대형마트를 상대로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전쟁 영향으로 1월에 수출한 제품 약 2억 원가량의 대금결제가 미뤄지고 있다. 우리 기업은 해마다 동유럽에 50만 달러 정도를 수출하는 등 전적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절반을 차지한다. 어떻게든 코로나 상황을 버텨왔는데 전쟁까지 일어나서 지역 화장품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저 사태가 길게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제조·수출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주요 시장이던 중국에서의 사업이 어려워진 이후 러시아로 수출을 늘리려고 준비하던 차에 악재가 생겨 사업 방향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게 금방 되는 일이 아니라서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재)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기업지원팀은 “춘천의 경우 바이오산업진흥원 입주 업체 등은 수출지역이 전쟁지역이 아니라 당장에 두드러진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지역에서는 바이오산업 관련 기업이 많이 모여있는 원주를 중심으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 강원청과 한국무역협회 강원지역본부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중소기업 피해를 파악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

장바구니 물가도 오르고 있다. ‘강원 물가 정보망’ 3월 가격 동향에 따르면, 40개 기준품목 대부분 가격이 2월보다 상승했다. 수입 쇠고기(미국산 수입 등심 100g)는 2천290원에서 2천327원으로, 삼겹살(국내산 200g)은 1만3천 원에서 1만3천250원으로, 열무(1단·중사이즈)는 4천 원에서 4천985원으로, 귤(제주산 100g 10개)은 6천30원에서 7천260원으로, 마늘(국산 깐마늘 1Kg)은 8천288원에서 9천944원으로, 풋고추(100g)는 1천262원에서 1천432원으로, 배(500g 10개)는 2만5천733원에서 2만8천26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특히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공급을 우선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식량 수급이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춘천의 한 대형마트 농산물 담당자는 “지난달까지는 설날 수요 급증과 계절에 따른 공급 부족 등으로 가격이 상승했는데, 최근에는 전쟁으로 인한 연쇄효과가 반영되는 듯하다. 마트에서는 최대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데,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제 밀 가격이 올라 라면, 과자, 빵, 피자, 햄버거 등 다른 제품군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값 고공행진 지속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값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한국금거래소’ 시세에 따르면 순금 3.75g을 살 때 33만4천 원, 팔 때는 28만7천500원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만 원(+21.9%)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과 동반 상승하며 안전 자산 선호현상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금환전거래소 ‘골드몬드’ 춘천점 대표는 “전쟁 영향이 반영되긴 했지만, 코로나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이전부터 금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이였다. 특별히 문의가 늘고 거래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다만 금융시장의 변동성 요인이 많아서 투자는 신중해야 하며 특히 중고거래 사이트 등 개인적인 거래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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