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키워 주세요 / 진 자이언 글 /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 웅진주니어 펴냄

얼마 전 도서관에서 “씨앗 도서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집에서 간편한 비닐 봉다리에 텃밭을 만들어 모종과 씨앗을 키우고 생태 일기를 기록, 열매 수확 시기에는 체험(요리/생태놀이)을 하며, 텃밭에서 내가 받은 씨앗(수확한 강낭콩 몇 알, 봉선화 씨앗 몇 개 등)을 도서관에 일부 반납하는 장기 프로그램이다. 

도서관에도 봉다리 텃밭에 상추모종, 고추모종, 고구마 등을 심었는데, 매일 쑥쑥 자라는 모습이 귀엽다. 얼마 전에는 상추를 수확해서 야들야들 부드러운 상추를 나눠 먹었다. 여러 집으로 간 다른 씨앗들도 잘 크고 있을까.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씨앗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려 보니 그림책 《화분을 키워 주세요》의 토미가 그려진다.

토미는 아빠의 일이 바빠 여름휴가를 안 가는 대신 토미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떠난 이웃들의 화분을 키워 주는 일을 하기로 한다. 매일 하나에 2센트씩 받으면서 말이다. 토미가 화분을 정성스레 가꾼 덕분에 화초들이 무성해지고, 집 안은 마치 정글 같아진다. 토미는 부엌에서 밥을 먹을 때면 숲으로 소풍을 나온 것 같고, TV를 볼 때면 정글 한가운데 있는 야외극장에 온 것 같고, 목욕할 때면 아름다운 숲속 호수에서 헤엄치는 기분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화초들이 너무 잘 자라서 집이 무너지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토미의 부모님은 집 안 가득한 화초가 성가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화초에 관한 책을 찾아보며 해결 방법을 연구한다. (궁금한 점을 책에서 찾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꽤 오래전에 출간된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화분을 잘 키워내기 위해 매일 관찰하고, 키우는 방법도 찾아보고, 애정을 주다 보면 그 과정이 우리를 조금씩 키울 거라고 본다. 혹시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내년에 도서관에 되돌아올 씨앗 보다 저마다의 시선으로 기록될 생태 기록장이 기대된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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