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 작가의 ‘강원의 화인열전’이라는 부제의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1》,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2》는 강원도의 지역 미술인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1편에 17명, 2편에 20명 해서 모두 37인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대다수가 화가들이지만 거기에는 조각가, 도예가, 자수작가, 사진작가도 망라되어 있으니 강원 미술인 인명사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냥 단순한 문답의 인터뷰 기록이 아니다. 화가들의 작품이 작가의 언어로 책 속에서 다시 펼쳐지는 전시회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37인의 전시회를 가는 것이고, 책을 갖는다는 것은 37권의 화보집을 소장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강원 예술인 37인에 대한 소설이자 평전이다. 이 책은 순서대로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휘리릭 넘기다가 맘에 드는 그림에 붙잡히면 그 작가의 글과 그림을 감상하다가 또 다른 작가로 넘어가면 된다. 소설인 것은 이야기를 가공해서 지어냈다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소설보다 더한 소설 같은 삶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삶의 37편의 단편, 아니 장편소설이다. 그렇게 읽히는 이유는 아마 묘사와 설명을 웬만한 소설보다 맛깔나게 표현하는 저자의 힘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예술가들과의 인터뷰를 빙자(?)해 그만의 작품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가 곧 선보인다는 조선의 파란만장한 천재 화가 최북을 소재로 한 소설이 기대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책이 예술가들의 평전이자 전기인 이유는 짧은 글 속에서도 그들의 삶과 철학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책은 인터뷰를 고대로 기록한 책이 아니다. 문답을 싣는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의 인터뷰는 구성된 질문을 통해 대상 인물의 생각과 철학을 드러내는 형식을 취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맘대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다. 예술가들의 자랑만을 서술해 주든가 그들의 철학과 예술관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런 인터뷰가 아니다. 인터뷰어의 논조로 이끌어가지도 않고 인터뷰이의 자랑만을 들어줘 빨아주지도 않는다. 인생 없이 예술을 논할 수 없고, 예술없이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이 인터뷰집은 그걸 보여준다. 비록 열악한 지역의 전업작가로 살아가지만 그들의 삶이나 작품까지 지역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은 지역 예술인에 대한 헌사이자 실태보고서이다. 그런데도 도내 자치단체와 관련 문화예술재단의 책에 대한 무관심은 유감이다. 

김진석(한국문화사회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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