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피도시 춘천?! 바탕부터 다져야 한다
[인터뷰] 커피도시 춘천?! 바탕부터 다져야 한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2.07.1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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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아비시니카커피 대표이사

춘천에서도 경치 좋기로 손꼽히는 동내면은 언제부터인가 크고 작은 카페들이 들어서며 카페 거리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곳 산 아래에 87종류의 다양한 프리미엄 커피를 생산하는 아비시니카커피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커피를 매개로 춘천의 문화적 토양을 기름진 옥토로 만들고 싶다는 주진 아비시니카커피 대표이사를 만났다.

Q. 아비시니카커피는 어떤 곳인가?

좋은 생두가 좋은 생각과 만나 국내 최고의 커피를 만들고 있다. 아비시니카는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국내 유일의 에티오피아 정부 커피 직수입 브랜드로서 에티오피아의 옛 국호 ‘아비시니아’와 ‘모카’를 합성한 에티오피아 공식 커피브랜드이다. (주)아비시니카유니온(회장 신광철)은 1996년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후원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한국전 참전 및 지원국 28개국에서 35종의 생두(Green Bean)를 수입하여 참전국에 대한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오고 있으며, 커피판매를 통한 수익금으로 에티오피아를 포함해 참전국 16개국, 의료지원국 6개국, 물자지원국 38개국에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한국 및 (사)한국전쟁참전국기념사업회(회장 신광철)와의 우호친선을 위해 엄선된 고급 생두를 현지에서 직접 (주)아비시니카유니온에 공급하고 있으며, 우리는 전국 로스팅 업체 150여 곳에 공급하고 있다. 최고 품질의 생두를 국내 최고의 로스팅 기술력과 독창적 블렌딩 기술로 매일 로스팅하여 87종류의 다양한 프리미엄 커피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Q. 오랫동안 방송 및 문화 분야에 종사한 걸로 알고 있다.

서울이 고향이고 학업을 마친 후 1989년 춘천 MBC에 입사, 프로듀서로서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 공동연출 등 10여 년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후 G1방송(당시 GTB강원민방) 개국 당시 제작부장을 맡아 5년 동안 일하면서 〈임지훈의 예전처럼〉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하여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후 서울에서 방송제작 및 공연기획사 ‘2ANY1’을 설립, 청계천합수제 홍보영상, 부산 APEC 정상회담 주제 영상, 대한항공 홍보 및 커머셜 광고, 스콜피언스 내한공연(2007년) 등 BTL과 ATL 캠페인과 굵직한 이벤트를 도맡아 진행해 왔다. 잠시 커피 사업과 외식업도 병행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을 이어가진 못했다. 그러던 중에 돌아가신 정세환 전 강원민방 회장(대양건설 회장)의 권유로 2012년에 ‘강촌레일바이크’ 총괄본부장으로 와서 레일바이크를 활용한 각종 콘텐츠를 기획했다. 그러다 다시 2019년 제주도 서귀포 해양레저문화콘텐츠 개발, 옥천 장계관광지와 관광콘텐츠 개발에 참여하다 2020년에 춘천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올해 2월 아비시니카커피 대표이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Q. 당신 삶의 행보를 관통하는 건 문화다. 커피회사 대표를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선 커피를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서울에서 잠시 커피 사업에 손을 댔을 때, 신광철 아비시니카 회장과 교류하며 에티오피아 커피와 커피문화에 대해 많이 듣고 배웠다. 신 회장님은 과거 이곳에 커피테마파크 조성에 나섰다가 실패한 일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춘천에서 커피를 기반으로 문화와 관광을 육성하려는 꿈이 있었다. 나 역시 춘천을 문화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

Q. 춘천은 많은 카페가 들어서며 유명해졌고 ‘커피페스타’도 열렸다. 무엇이 아쉬운가?

많은 사람이 커피를 즐기고, 전국적으로 카페 약 9만 곳이 영업 중이다. 춘천은 호수길, 소양강댐, 구봉산 등 카페 특화 지역과 도심 등에 카페 600여 곳이 있다. 또 지난해 커피도시 춘천을 선포하며 문화관광 활성화에 나섰다. 그런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확히는 선점 기회를 놓쳤고 축제도 춘천만의 차별성이 부족하다. 춘천은 한국 최초의 로스터리 카페인 ‘에티오피아의 집’이 1968년에 문을 연 한국 커피 역사에서 상징적인 도시이다. ‘전쟁과 커피’라는 스토리 등 원두커피를 즐기는 문화의 원조 도시라는 자긍심을 가질만하다. 

그런데 커피축제는 강릉에게 넘겨줬고 문화 및 산업적 육성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부산이다. 부산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커피생두가 들어오는 커피문화의 전초기지라는 이점을 살려 ‘커피문화산업단지’ 조성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커피산업은 이제 한국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고 확장성도 폭발적이다. 부산에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춘천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시절 “춘천은 커피를 테마로 큰 관광자원을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춘천커피문화산업단지를 목표로 춘천에 맞는 커피문화를 만들자”며 다양한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당시 전혀 호응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춘천커피페스타가 열리더라. 그러나 그 방향성이 무척 아쉽다. 깊게 사고하고 준비하지 않아 강릉 커피 축제와 차별화되지 않았다. 문화영역에서는 카피(Copy)는 그저 아류문화일 뿐이다. 그리고 복사(復死)다. 반드시 죽음마저 복사해 온다. 몇 가지 프로그램이 바뀐다고 그 성격이 바뀌고 사람들의 호응이 일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될 일 같으면 이제까지의 국내 모든 축제는 성공적이어야 했다. 

춘천시민의 일상에 커피가 문화로 스며들지 않았는데 특정 시기에 커피에 주목하는 축제를 연다고 어느 누가 춘천을 커피도시라고 인정하겠는가? 축제 이전에, 커피가 춘천 곳곳에 시민의 일상에 삶의 문화로 스며들어야 하는 것이 순서다. 단순히 마시는 차원을 넘어 삶의 습관 속에서 일반화되고 객관화되어 부지불식간에 향유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겉돈다. 

춘천 외곽에 카페도 많고 유명한 곳이 있다는 거 사실이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이다. 스타벅스의 아류다. 다 비슷비슷하다. 더 크고 분위기 좋은 대형 카페가 생기면 사람들은 그곳으로 몰려간다. 불확실한 경쟁만 하고 있다. 결국, 쓰러뜨리고 쓰러지는 과정 속에서 외형적으로 크고 화려한 것들만 남는 것. 여기에서 춘천만의 커피문화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춘천이 커피도시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Q. 그럼 구체적인 비전을 들어보자.

커피는 문화와 접목되어야 하는데 커피에 문화를 넣는 게 쉽지 않다. 커피가 시민의 문화로 젖어 들게 하는 행정과 교육도 없다. 그래서 전혀 다른 관점에서 프레임 만들려고 한다.

아비시니카커피는 전국의 커피전문가와 관심 있는 학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작은 포럼을 열어 왔는데,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9월에 첫 번째 ‘한국커피문화포럼’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주제는 일단, 이른바 ‘K커피’로 정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일상적 커피소비문화에 스며든 혹은 스며들 ‘K커피’를 정의하고 ‘K커피’의 산업적·사회구조적, 문화적 배경과 토대를 설명하고 연구하는 본격적인 장이 열리는 거다.

더 큰 그림은 커피를 베이스로 한 이른바 ‘13월의 태양’이라는 커피문화제를 열려고 한다. ‘13월의 태양’을 설명하자면, 에티오피아에서는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13월까지 있는 율리우스력(曆)을 아직도 사용하는데 우리의(그레고리력) 9월 6일부터 10일까지가 그들의 13월이다. 이 기간에 커피를 매개로 사랑과 감사의 마음(향기)을 표현하는 문화제를 펼치고 싶다.

Q. 학술대회와 문화제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맞다. 수많은 카페들이 잠시 반짝하다 사라지는 현실에서 춘천의 정체성이 담긴 지속 가능한 카페 형태가 필요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커피가 문화로 나가려면 삶이 녹아들어 체질화된 생활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춘천 곳곳에 커피라는 옷을 입히면 어떨까? 장기적 과제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카페마임’어떤가? 마임의 도시 춘천, 마임에 커피를 입히는 거다. 청년창업지원 형식으로 카페를 조성하고 마이미스트가 카페의 주인장이 되어 카페 안에서 모든 행위를 마임으로 펼치는 일 년 내내 마임이 일상화된 특별한 카페로 운영하는 거다. ‘마임카페’에서는 ‘커피마임’라는 이름을 가진 유니크한 맛과 향을 지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전국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카페가 아니라 마임과 인형극, 애니메이션 등 춘천의 문화적 자원에 커피를 베이스로 한 문화적 향을 입혀서 관광자원으로 삼자는 거다. ‘13월의 태양’과 ‘카페마임’은 춘천의 커피문화가 삶에 스며들어 발전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다. 한 마디로 춘천의 토양을 기름진 문화적 토양으로 바꾸는데, 커피가 그 비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를 위한 토대 마련을 ‘한국커피문화포럼’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오랜 여정의 시작이다.

이른바 ‘나만의 향기’도 제안한다. 홍보를 위해 커피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기존의 제품을 포장만 달리한다. 그보다는 자신들만의 향을 담은 유일한 커피를 만들어 선물한다면 어떨까? 가령, 춘천시청 커피, 강원대 커피, 한림대 커피 말이다. 이미 삼성화재와 송곡대,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 등과 협업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역에 커피 전문 인력 양성도 절실하다. 최근 소양고, 송곡대, 한림성심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단계적으로 전문가를 육성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소양고에서는 올해 2학기부터 로스팅 등 커피 전문가를 양성하는 수업이 시작된다. 졸업생은 송곡대와 한림성심대로 진학하여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커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계열화의 시도다. 이들은 급조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여 금방 카페를 차리고 또 금방 문을 닫는 반쪽짜리 기술자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나만의 커피를 만드는 장인이 되어 춘천의 커피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향후 아비시니카는 그런 인재만을 채용할 것이다. 

물론 일개 기업의 이런 비전이 정답이라고 고집하는 건 아니다. 다만 춘천이 진정한 커피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최소한 이런 차별화된 전략적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다. 바탕이 중요하다. 이름만 가져다 붙인다고 문화가 되지 않는다. 숙고 없는 행동으로 잠시 이목을 끌 수는 있어도 그런 행위는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커피가 대세니까 “커피 해야 돼. 커피합시다” 이러면 무조건 실패한다.

Q. 트랜드만 쫓지 말고 유니크한 이슈를 만들자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나는 기획의 일을 하면서 늘 염두에 두는 생각 가운데 하나는 “이슈(Issue)는 트랜드(Trend)를 관통한다”는 점이다. 경향, 추이를 변화하거나 능가하는 것은 이슈가 되는 길밖에 없다. 나 자신이 이슈가 되지 않으면 현재의 트렌드를 뚫고 관통할 수 없다. 그걸 깨려면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이 부족하기에 여기저기 흉내 내기만 한 천편일률적인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고 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게 반복되면 춘천은 커피도시가 될 수 없다.

우선 ‘한국커피문화포럼’에서 이걸 극복할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 생활 속 깊이 파고드는 커피는 어떻게 만들지, 커피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춘천만의 커피문화를 어떻게 가꿔갈지 깊이 있게 성찰해보자는 거다. 산업은 그 이후의 얘기다. 

Q. 주대표와 아비시니카커피의 목표는 무언가?

커피를 매개로 문화의 전령사가 되어 춘천의 문화적 토양을 기름진 옥토로 만들고 싶다. 우선, 춘천의 모든 문화영역에 각자의 커피 향을 입히고 싶다. 향기는 저마다의 독특한 생각과 고유한 성격이다. 그래서 그 주체의 정체성이다. 마임축제에 가면 ‘마임커피’를 마시고, 시청에서는 춘천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춘천시 커피’를 마신다. ‘인형극 커피’, ‘효자동 커피’, ‘약사동 커피’, ‘퇴계동 커피’ 등등 축제·기관·동네마다 고유의 커피가 있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이래야 커피도시 춘천이 성공할 수 있다. 후발주자로 성공하려면 이 정도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커피도시구나 인지하게 된다. 이미 커피문화가 자리 잡은 도시와 막대한 예산과 지원으로 무섭게 산업화를 추진하는 도시 틈바구니에서 커피도시로 성공하려면 지금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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