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초 경계선지능인 지원센터 ‘느린소리’ 개소
운영계획 공유… 허영 의원 “지원 입법 추진 속도 내겠다”

“경계선지능인들이 힘들고 조언이 필요할 때 찾아갈 곳이 없어 답답했는데, 이제 우리를 도와주고 편하게 이야기할 곳이 생겨 기뻐요. 세상 밖으로 나올 희망이 생겼어요.” 

지난 13일 춘천나눔의집에서 열린 (사)늘봄청소년 부설 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 ‘느린소리’(대표 최수진) 개소식에서 경계선지능인 김규아 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경계선지능인은 71∼84 정도의 지능지수를 가져 학습능력이나 사회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말한다. 한국 전체 인구의 1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의집중 및 상황대처 능력이 부족하여 사회적응이 어렵지만, 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정책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각계 인사들이 ‘느린소리’의 첫걸음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느린소리’는 춘천사회혁신센터의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받아 지난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마침내 도내 최초 경계선지능인 지원센터로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개소식에는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경계선지능인 당사자들과 가족들, 허영 국회의원과 육동한 춘천시장, 송연숙 느린학습 시민회(서울) 이사장, 정재웅·양숙희 도의원과 김지숙·배숙경·윤민섭·유환규·정재예·박노일·이선영·나유경·지승민 시의원과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 등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첫걸음을 축하했다.

(사)늘봄청소년 이사장 박순진 신부는 “위기에 놓인 청소년을 지원해 오면서 그들 중 상당수가 경계선지능인임을 알게 됐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작은 소망이 마침내 첫걸음을 딛게 됐다. 감사드리고 많은 지지와 도움 바란다”라고 인사했다. 허 의원은 “부끄럽게도 지난 5월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경계선지능인의 개념과 현실을 처음 알게 됐다. 제가 대표 발의해서 국회에서 곧 본격적 논의와 입법절차에 들어갈 것이다. 입법 과정에서 장애인 관련 법 개정안이 좋을지 독자적 제정법안이 좋을지 잘 고려할 것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느린학습자들이 국가의 돌봄 시스템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최대한 서두르겠다.” 육 시장은 “입법 추진에 필요한 목소리를 춘천이 선도하며 뒷받침하겠다”라고 말했다.

송연숙 느린학습 시민회(서울) 이사장은 “지난 5월 공론장에 초대받아 강연했는데 그 새 이렇게 결실을 맺은 춘천의 추진력에 감동받았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경계선지능인 지원센터가 시민의 힘으로 자발적으로 세워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기쁨이다.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센터가 발전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생의 길로 가려면 센터, 당사자그룹과 부모회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라며 조언도 남겼다.

최수진 느린소리 대표는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당사자 부모 1명으로 시작하여 당사자부모회가 25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숨은 느린학습자가 많고 정책적 지원에 목마른 부모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경계선지능인 인식개선,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지역 내 경계선지능인 네트워크 조성 등을 중심으로 센터를 운영할 것이다”라며 운영계획을 밝혔다.

경계선지능인을 대표해 나선 김규아 씨는 “센터가 공부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한 발판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고 경계선지능인 인식개선에도 힘써주길 바란다. 나도 열심히 참여하겠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경계선지능인 가족 유소은 씨는 “느린학습자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다. 각자의 속도를 인정하고 상대의 속도를 배려할 때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행복한 삶은 빠르게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느린학습자 친구를 위해 조금만 느리게, 한 번 만 더 반복해달라. 조금만 더 쉽게 말해달라”라고 말했다.

한편, (사)늘봄청소년은 가정과 학교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대안적 가정케어, 멘토링, 수련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성공회 춘천나눔의집에서 올해 설립한 아동청소년 전문법인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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