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쪽수로 해결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12만 경찰이 저 나쁜 놈들을 못 이긴다고? 살다가 소위 짭새를 응원하는 날이 올지 몰랐네.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다.

굳세어라, 경찰이여!


나 어릴 때 학교 앞에서 문방구 겸 슈퍼 겸 세탁소까지 하면서 동네 알부자라고 소문난 할매 할배가 계셨다. 아들이 결핵에 걸렸는데 병원에 안 데려가서 결국 장가도 못간 채 죽었다. 그래도 오불관언이었다. 죽도록 돈만 모았다. 돈 아껴야 이 다음에 호강한다고 입버릇처럼 읊었다고 한다.

어느 봄날 이 할매 할배가 뭔 일인지 겨울에도 돈 아까워 피우지 않던 연탄불을 피웠다가 가스에 중독돼서 동시에 돌아가셨다. 동네 사람들이 장사 지내려고 방에 들어가보곤 다들 경악했다. 장판 밑, 천장 속, 벽장 할 것 없이 쓰지도 않은 채 모아둔 지폐들이 한 가득이었던 것이다. 그 돈 결국 동네 지서에서 다 가져갔다. 죽도록! 돈만 모은다는 게 무슨 말인지 동네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100명이 안 모아져서 국민을 졸로 보는 장관 하나 탄핵을 못하는 민주당을 보니까 죽도록! 돈만 모으다가 죽은 그 할매 할배 생각이 난다. 지금 그들이 역풍 무서워서 탄핵에 눈감고 있을 때인 줄 아는가 본데, OO도 풍년이다.

순풍에 돛달고도 놀고, 역풍 무서워서 놀고, 이래 놀고 저래 놀고, 그러다 정권 뺏기고 놀고, 민심 모르는 체 놀고, 국민이 입에 밥을 떠먹여줘도 놀고, 굥정권이 온갖 똥볼을 차도 놀고...

민주당 생각하면 참 국힘당이 차라리 웃질이다. 국힘당 연넘들은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탐욕을 드러내기라도 하지. 민주당은 뭐냐? 이 순 무능과 무사안일에 찌든 위선자들! 몸 사리고 눈치 살피다 공천만 받으면 국민이 또 표를 줄 거라 믿는 자기 보신과 탐욕의 진짜 돌대가리들! 어휴~ 시바!


술에 취해서 집에 오다가 하필이면 이명박 전 대통령 집 골목 쪽에서 넘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차를 피하려다가 남의 집 대문 앞 계단에 올라섰고, 술에 취한 김에 캄캄한 허방을 잘못 디뎌서 대단히 전격적으로 넘어진 거겠지요.

아주 쎄게 넘어졌는데 그 와중에 뭔가를 붙잡아보겠다고 잡은 게 공교롭게도 대형 음식물 쓰레기통이었습니다. 넘어지는 속도를 저지하는 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골목길에 나뒹구는 것에만 도움이 되더군요. 참담했습니다. 

왈칵! 쏟아진 음식물 쓰레기를 온몸에 뒤집어썼어요. 원래 음식물 쓰레기는 봉투에 넣고 묶어서 버리게 돼 있는 거 아닌가요? 시바, 덕분에 상의를 벗어서 곱게 버린 후 삼복의 상한 음식냄새를 온 동네에 전파하며... 울면서 울면서 집에 들어와서 또 울었습니다.

외상도 심하고 내상도 심하군요. 반성하는 의미로 며칠 무덤처럼 누워서 <고우영의 만화 십팔사략>을 다시 정주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삼황오제부터 시작하는 중국사를 10권의 책으로 정리한 고우영의 역작이지요. 결론적으로, 망하는 왕조는 반드시 다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저 역시 음식물 쓰레기통 안고 자빠지면서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군요. 류근아, 너 이러다 멸망한다! 이제 저도 낙상이 치명적인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 절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만화 십팔사략>, 지금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아서 헤매고 계신 어떤 분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 끝이 뻔합니다. 그리고 저 지금 부상이 다소 깊어서 당분간 바깥 약속 지키지 못하게 되었어요. 양해 바랍니다. 흐흑,

류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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