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당 일기
벌건 숯이 담긴 화로의 잿불 속에
시린 발목을 파묻고 싶은
혹한의 밤,
요강을 씻은 손으로
쇠 문고리를 잡으면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지
괜찮아
쩍쩍, 달라붙어도 괜찮아
불량한 마술은 따로 있잖아
잘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저 터무니없는 약속,
(예컨대, 정치인들의 약속!)
불량한 마술은 따로 있잖아
식구들이 타고 앉은
요강 속
오줌에도 살얼음이 끼는 밤,
골고루 가난해지기를 빌고 또 빈다
고진하 시집 <야생의 위로> 중에서
목사이며 시인인 고진하 시인께서 정말로 우리가 골고루 가난해지길 바란 걸까? 불량한 마술은 따로 있다며 잘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터무니없는 약속을 꺼내 들었을 때 우린 알게 된다. 가난한 마술이야 혹한이 찾아오면 발생하지만 혹한이 아니어도 선거 때만 되면 잘 살게 하는 마술을 보여주겠다는 정치인은 왜 불량할까. 그 마술은 계속되었으나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기 때문이겠다. 누구나 잘 살게 해준다는 마술은 인간의 욕망이 누구나 똑같지 않기에 영원히 실현될 수 없을 게다. 인간의 욕망은 평등하지 않기에 욕망을 부추기는 짓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유권자도 안다. 그럼에도 그 욕망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진다. 그래서 시인은 차라리 골고루 가난해지자고 역설하는 걸 게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들이 온통 뉴스에 오르내린다. 내 앞날은 내 투표에서 나올 게다.
한승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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