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개인적인 사정으로 1년 반 정도 집에서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신경 쓸 새 없이 바빴다. (춘천의 모든 남성, 여성 가정주부님들 화이팅!) 감사하게도 《춘천사람들》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제야 지나간 뉴스를 들춰보기 시작했다.

강원도와 춘천시에서도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있었던 이슈는 강원특별자치도였다. 왜냐하면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는 사실 외에,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을 가득 품고 지난달 30일에 시청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내가 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왜냐하면 실제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 중에서는 이제부터 우리가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토론회에서 특별자치도 출범 춘천시 준비단 김기석 위원장의 설명을 듣다 보니 강원도민, 춘천시민의 스케줄이 만만치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칫 시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않은 채 진행될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토론회의 발표를 보면서 어쩌면 황당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사실 발표의 내용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의 설명이었다. 춘천에 카이스트 같은 좋은 교육기관을 만든다 ⇒ 좋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춘천에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좋은 기업을 유치한다. ⇒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환경을 만든다. 듣노라니 마치 ‘공부를 잘하려면 교과과정에 충실하고, 복습을 철저하게 하며, 자기가 주도해서 학습을 해야 한다’는 충고를 듣는 느낌이었다. 정답이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않는 공허한 충고다. 우리는 먼저 공부를 못(안) 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지, 어떤 문제 때문에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은지,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은지 등등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춘천을 서울처럼, 대전처럼, 제주도처럼 만들려고 헛심을 써야 할 수도 있다. 발표자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발표자는 하나의 예시를 사용해서 시민들에게 쉽게 특별자치도를 설명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비난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인해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는다면 예시와 같은 공허한 방식이 실제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물론 강원도나 춘천시에서도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한 활동을 이미 시작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걱정이 든다. 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6월 출범을 위해서는 늦어도 최소한 3~4월까지는 강원도가 무엇을 할 것인지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 그동안 강원도민, 춘천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모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할 수 있는 일은 이제부터라도 들을 사람이나 말할 사람이나 최대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일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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