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김훈/문학동네

너무 유명한 작가의 책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얼빈은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안중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으니 그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저자 김훈은 집필 이유를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늙어감이 힘들어서 허덕지덕했다는 그는 올봄에 몸이 회복되어 여생의 시간을 생각하며 안중근의 이야기를 더는 미루어 둘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8년생인 작가에게 집필의 절박함을 안겨준 하얼빈의 여정에 ‘춘사톡톡’은 기꺼이 동행해 보기로 했다. 

1908년 1월 대한제국의 황태자 이은이 유학이라는 명분으로 바다 건너 일본에서 메이지를 만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글 초반부부터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자애로운 서술들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책장을 넘겼다. 김훈 작가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이토를 사살하기 위한 실탄 일곱 발과 블라디보스톡에서 하얼빈으로 가기 위한 여비 백 루블만을 지닌 가난한 청년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뒤로하고 블라디보스톡 행 감행 후 이토를 저격하고 그 이후 여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청년 안중근의 개인적 고뇌와 그의 삶을 톺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철도는 눈과 어둠 속으로 뻗어 있었다. 그 먼 끝에서 이토가 오고 있었다. 멀리서 반딧불처럼 깜박이는 작은 빛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빛이라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이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이었다.   -본문 중에서-

어떠한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그 강렬한 끌림으로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의 총탄 세 발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고 이듬해 2월 14일, 하얼빈에서 ‘코레아 후라’를 외쳤던 안중근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은 선고 전부터 집필 중이던 자신의 일대기인 《안응칠 역사》에 이어 《동양평화론》을 쓰기 시작했으며 옥중 많은 유묵들을 남기기도 했다. 국가가 구하지 않은, 구하지 못한 안중근은 3월 26일 형장에서 외로이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여순 그 어딘가에 묻혀 있을 그의 유해가 유언대로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기꺼이 찾아가 그의 넋을 위로해 주고 싶다. 

하나밖에 없는 그 귀한 자신의 생을 포기할 정도로 지키고 싶고 지켜야만 했던 국가는 지금 어떠한가…. 촛불이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이미 우리는 안중근이 받았던 그 강렬한 끌림을 마음속에 간직해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을 추위가 매섭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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